올해 말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경쟁적으로 법인세 인하 공약을 내걸었다. 법인세 인하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영국ㆍ호주ㆍ뉴질랜드ㆍ캐나다 등 선진국은 물론 상대적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국가도 가세했다. 최근 영국은 28%였던 법인세율을 24%로, 캐나다는 22.1%에서 15.0%로 낮췄다. 대만은 25%에서 17%로, 홍콩은 17.5%에서 16.5%로, 싱가포르는 20%에서 17%로 각각 인하했다.
영국·캐나다·대만 등 경쟁적 세율 인하
세계 각국이 재정 문제를 걱정하면서도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내리는 것은 경기 침체기에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 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정치권은 고집스럽게 역주행 중이다. 올해부터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던 정부의 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치권의 부자증세 주장에 경제민주화 논리가 가세한 결과다. 대선을 앞둔 야권은 표를 의식한 정치논리를 내세워 오히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까지 올리는 공약을 내놓았다. 경제민주화는 경제활동에 있어 기회 균등과 공정 경쟁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법과 제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둬야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대기업을 옥죄는 도구로 활용해선 안 된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09년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 법인세 비중은 3.7%로 OECD 국가 중 노르웨이, 호주, 룩셈부르크에 이어 네 번째로 높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00년 3.2%에서 2009년 3.7%로 꾸준히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의 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3.7%에서 2.6%로, 미국은 2.6%에서 1.7%로, 프랑스는 3.1%에서 1.5%로 대폭 감소했다. 일부 정치권이 주장하는 바와 달리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높은 국가에 속한다.
법인세율을 결정함에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국가 간 투자 유치 경쟁 등 제반 경제 여건이다. 여기에 부자증세ㆍ경제민주화 같은 정치논리가 끼어들어선 안 된다. 지구촌 경제 시대에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을 유지하면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이 떠나고 외국 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다. 또한 높은 법인세율이 투자 유치와 경제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경기 침체를 가속화하고 세수를 감소시킬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정치논리 끼어들면 투자·고용 저해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법인세수 통계를 보더라도 세율을 인하할 경우 투자가 확대되고 경기가 활성화돼 세수가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2001년 28%에서 2010년 22%로 6%포인트(21.4%) 인하됐는데 법인세수는 오히려 17조원에서 37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금은 경기 침체기이고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세율을 내리는 조세경쟁(Tax Competition) 시대다. 국내외 사정을 감안할 때 세율을 인상할 요인이 없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비과세ㆍ감면이 국세의 14.4%(연간 30조6,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방만하고 역외탈세,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 지하경제 등 세금 한 푼 안내는 세원(稅源ㆍ과세대상)이 광범위하게 방치돼 있다. 이런 조세 환경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는 정책은 성실하게 신고하는 소득에만 세금을 더 걷는 것으로 세제의 공평성ㆍ효율성 원칙에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