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조선시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만난다는 설렘이 앞선다. 많은 사람들이 옛 그림의 쓰임새와 특징을 이해하고 친숙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는 8월 19일부터 5주간 강서도서관에서 열리는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3기 강좌 ‘미술에 담겨있는 조선’을 맡은 김예진(사진) 박사(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그동안 친숙했던 서양식 회화감상법 대신 동양의 철학과 사상이 담긴 우리의 옛 그림을 음미하는 데 필요한 미술사적 지식과 교양을 전하겠다”며 고인돌3기의 강사로 참가하게 된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과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기획하고 KT가 후원하는 고인돌 3기는 철학과 영화, 신화와 문학, 건축과 미술, 역사와 경제 등 29개 주제의 융복합적 인문학 강좌로 구성,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21곳과 서울시 중고등학교 30여 곳에서 12월까지 잇따라 열리고 있다.
김 박사는 “서양의 그림 감상법으로 보면 우리의 옛 그림은 일견 볼품없어 보이고 비슷한 그림이 많아보인다. 그러나 왜 그렸는지, 어디에 썼는지 등을 이해하면 그림이 새롭게 느껴질 것”이라며 “선비의 마음 수양을 위한 도구였던 문인화만 놓고 보면, 깊은 학식과 고고한 인품이 그림에 녹아들수록 명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예로 들어 설명을 이어나갔다. “세한도를 처음 보면 추사라는 거장의 이름에 눌려 제대로 된 감상은 차치하고 먼저 ‘멋지다’를 연발하게 되죠. 당시 문인화는 먹을 아껴서 글씨처럼 그려야 멋진 그림이었어요. 글에서 풍기는 기운이 그림에서도 느껴져야 선비의 정신세계를 온전히 묘사했다고 평가하는 것이죠. 추사가 유배생활을 하며 남긴 세한도는 그래서 명품이랍니다.”
김 박사는 중국과는 다른 조선의 독보적인 화풍을 드러냈던 초상화에 대한 소개도 잊지 않았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제사에 쓰기 위해 그리기 시작했어요. 제례용이라는 쓰임새가 분명하다 보니 인물의 터럭 하나라도 잘못 그리면 안된다는 명확한 기준이 있었던 것이죠. 특히 조선시대의 초상화는 대상자의 외모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서도 전체적인 분위기가 맑다는 게 특징입니다. 또 서양의 초상화는 얼굴에 튀어나온 부분을 옅게 그리는데, 우리의 옛 초상화는 오악이 풍요로워야 한다는 음양오행 사상을 반영, 튀어나온 부분(이마, 코, 양쪽 뺨, 턱)을 되레 강조하려고 덧칠을 했답니다.”
조선시대 미술이 중국풍 일색이라는 비판에 대해 김 박사는 “요즈음 우리가 서양 문화를 쉽게 흡수하듯이 조선시대에는 중국이 바로 선망했던 나라였다. 선망했던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한 세태였다”며 “그렇지만 무조건적인 중국 그림의 답습에 머물지 않고 조선 특유의 정서가 담겨있다. 정겹고, 소탈하고, 서정적이면서 해학적인 화풍이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좌는 1강-산수화, 왜 산을 그리는가, 2강-화조영모화:꽃과 새에 담긴 뜻, 3강-초상화: 회화의 사실성이란, 4강-궁중기록화:궁중행사의 위엄과 멋, 5강-민화:그림에 깃든 소망 등 장르별로 구성했다. 김 박사는 강서도서관에 이어 고덕평생학습관(10월 1일~10월29일), 마포평생학습관(11월6일~12월4일)으로 자리를 옮겨 12월까지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고인돌(고전인문학이돌아오다) 3기의 세부 프로그램은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포털 에버러닝(everlearning.sen.go.kr)을 참고하면 된다. 강좌는 무료이며 신청은 해당 도서관으로 문의하면 된다./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