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축포 이르다" 미국 경제낙관 경계론 확산

WSJ "3분기 5% 성장은 국방비 증가 때문… 완전회복 아직 멀어"

11월 내구재 주문 0.7% 줄어 성장동력 기업투자 주춤 신호

해외 악재 등 위험 요소도 산재


미국의 올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을 뛰어넘는 5% 성장을 기록했지만 축포를 쏘아 올리기는 이르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성장 엔진으로 떠오를 만큼 탄탄하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러시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따른 신흥시장 불안 등 해외발 악재를 비롯해 저물가, 낮은 물가상승률, 강달러, 셰일혁명 쇠퇴 등 위험요소가 널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올 경우 시장금리 상승으로 미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나 부동산 시장 등이 둔화하는 동시에 정크본드 투매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올 3·4분기 성장률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며 "낮은 물가상승률, 부진한 임금상승률과 노동생산성 등은 미 경제의 완전회복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미 경제는 지난 2013년 하반기에도 2분기 연속 강한 성장세를 보이다가 겨울 혹한의 여파로 올 1·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단 올 3·4분기 성장률이 5%를 기록한 데는 비정상적인 국방부 지출 급증이 큰 몫을 했다는 게 WSJ의 지적이다. 앞으로 올 4·4분기 미 성장률은 3% 안팎으로 이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실제 11월 미국의 내구재 주문은 전달보다 0.7% 감소하며 시장 예상치인 3.0% 증가를 대폭 밑돌았다. 내구재 주문은 9월 0.7% 감소, 10월 0.3% 증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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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의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인 기업투자가 주춤해지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통상 기업들은 최소 3개월 뒤를 내다보고 내구재를 주문한다. JP모건과 마크로이코믹스어드바이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올 4·4분기 성장률 예상치로 각각 2.5%, 2.8%, 3.0%를 내놓았다. 연준 역시 내년 성장률 전망치로 2.6~3.0%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미 소비회복을 이끌고 있는 유가하락도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WSJ는 "유가하락이 유전개발 급감, 에너지 부문의 자본지출·고용둔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주택 시장 또한 낮은 모기지 금리, 실업률 하락 등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신규주택 판매건수는 한달 전보다 1.6% 줄었다. 미 경제가 '나 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해외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가 최근 6개월간 12%나 오르면서 미 수출의 둔화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가하락 등의 여파로 물가상승 기미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성장률이 고공행진을 거듭할 경우 연준의 금리인상 압력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내년 중순쯤 연준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하면서 투매 경고가 나오는 등 국채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16일 현재 순매도 거래는 25만8,000건 체결되며 201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8,800건 순매수 포지션과는 정반대의 투자 흐름이다. 노무라증권의 조지 곤칼베스 금리전략 수석은 "내년 미국 국채선물 시장의 매도 규모는 290억달러에 이르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 경제가 올 3·4분기와 같은 성장률은 기록하지는 않겠지만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로 소비가 탄탄하다는 것이다. 11월 임금과 개인소득은 전달보다 각각 0.5%, 0.4% 증가했고 가계 소비지출도 0.6% 늘며 예상치를 소폭 웃돌았다. 실업률도 올해 초 7%에서 지난달 5.8%로 떨어졌다. 레이먼드제임스앤드어소시에이츠의 스콧 브라운 이코노미스트는 "소비가 미 경제라는 버스를 이끌면서 내년 상반기에도 경제 회복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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