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도로에 투자하는 시대는 끝났다." 이는 필자가 고속철도와 역세권 개발을 이야기할 때마다 강조하는 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우리나라의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도로 투자는 축소하고 철도에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나진-하산 프로젝트 개발에 뜻을 함께했다. 이로써 한반도종단철도(TKR)가 북한을 거쳐 시베리아철도(TSR)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필자는 10년 전부터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ㆍ전남도회장을 맡으면서 호남고속철 역세권 개발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역세권 개발에 관한 두 국가의 성공적 사례를 데이터화하기 위해 프랑스 릴시와 일본의 나고야역을 방문했고 현지 도시개발 관계자 및 철도운영자들을 만나 그 결과로 심포지엄을 갖기도 했다.
프랑스 릴시와 일본의 나고야역을 연구한 이유는 두 곳이 역세권 개발의 성공 사례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특히 프랑스 릴시는 죽어가는 도시를 재생시킨 사례다. 프랑스 국무총리를 지낸 피에르 모루아가 릴시에 시장으로 출마해서 릴시를 프랑스 북부교통 요충지로 만들었고 이는 역세권 개발의 바람직한 성공모델로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프랑스 릴시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역세권 개발은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이뤄진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전남 광주의 경우 300만 인구의 거대도시를 만들자는 계획하에 역세권 개발이 진행 중이다. 내년이면 광주 송정역에 고속철도가 완공돼 KTX가 운행되지만 복합환승센터 계획만 추진되고 있어 인구 유입에 한계가 있다. 송정역 주변에 있는 공항과 군사 비행장을 이전하고 송정신도시를 건설하면 그 파급 효과가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말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경희대 교수는 "21세기 르네상스는 한국에서 꽃필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필자는 한국에서 르네상스가 꽃피려면 르네상스가 갖고 있는 의미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역세권 개발에 필요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본다. 부활ㆍ재생 등을 뜻하는 르네상스는 옛 것을 돌아보며 새 것을 찾는다는 '입고출신(入古出新)'과 일맥상통한다. 프랑스 릴시와 일본 나고야역 등 성공적인 과거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 역세권 개발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도로만 뚫리면 거리마다 자동차가 가득 차면서 주차장을 연상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도시 경관이 어지럽혀지고 도시 재생이라는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먼 방향으로 도시 재개발이 이뤄진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대기오염이 심각해진다. 수없이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사람의 운명이 비극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21세기에는 철도산업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역세권 개발을 통해 창조도시를 만들어 국민행복시대를 열어가는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