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로잔에서 미국 등 주요 6개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막바지로 치닫던 지난 2일 이란에서 손꼽히는 금융전문가인 하메드 솔타니네자드 이란 중앙예탁기관(CSDI) 사장은 한국에 체류하고 있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날까지 서울 여의도 한국예탁결제원에서 양국 예탁기관 간 교류 확대를 위한 공동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었던 것.
솔타니네자드 사장은 한국관계자들을 만나 "서방 국가와 이란의 오래된 숙제인 핵감축 논의가 타결을 앞둬 최근 테헤란 등 이란 주요 도시에는 많은 외국 투자자 및 바이어가 찾아오고 있다"며 "국제 제재 해제에 대한 기대는 이미 널리 퍼졌고 이란 경제에도 반영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과 이란의 경제교류 확대도 매우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그동안 국제 제재 때문에 막혀 있던 플랜트 건설이 본격화하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한국 건설업체에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건설뿐 아니라 제조 및 무역 부문에서도 많은 수요가 대기하고 있고 한국의 적극적인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솔타니네자드 사장은 금융 분야에서도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물 경제 교류와 협력을 기반으로 양국 간 금융협력이 강화되면 매우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제재가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6월 이후 한국의 증권사 및 유관기관을 합동으로 초대할 것"이라며 "개선이 필요한 이란의 산업 기반시설 현대화를 위해 한국의 금융기법 및 자본이 적극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대로 이란 국부펀드 등의 한국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부펀드 정보업체인 SWFI(Sovereign Wealth Fund Institute)에 따르면 이란의 국부펀드(National Development Fund of lran) 규모는 620억달러(약 67조7,474억원)로 세계 20위권이다. 솔타니네자드 사장은 "이란과 한국은 이제 아시아와 중동, 나아가 유럽을 연결하는 파이낸스 실크로드를 구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국가"라며 "양국의 협력 기반을 통해 예전 실크로드의 영광이 재연되기를 바란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솔타니네자드 사장을 초청한 유재훈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은 "한국은 이란과 무역청산계좌를 운용하는 등 금융 교류를 하고 있다"며 "결국 상당한 규모의 이란 자금이 국내에 이미 들어와 있으며 국제 제재가 풀리면 한국 투자자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 솔타니네자드 사장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이란과의 수출입에서 달러 대신 원화로 결제하고 결제 대금을 국내 시중은행에 보관하며 국내 기업이 이란에 받을 수출대금은 무역청산계좌에서 원화로 받아가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