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圭東 (주)서울PR대표탐스런 가을 햇살이 화사한 아침, 막상 사무실 앞에 서니 대학 미팅 때 상대방과 마주치기 직전의 느낌처럼 설레임과 호기심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따르릉』. 오전 10시 넘어 드디어 벨이 울렸다. 함께 일하는 카피라이터와 디자이너들도 잔뜩 진장한 채 숨소리를 낮췄다.
『여긴 N교역입니다. 일을 좀 맡기고 싶은데. 그보다 어떻게 우리 회사를 알고 DM을 보냈습니까?』 의외의 질문이었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좋은 쪽으로 둘러댔다. 『저희는 광고대행사이기 때문에 정보가 빠릅니다. 업계 동향을 항상 파악하기 때문에 어떤 회사건 저희 안테나에 걸리죠.』
광고대행사로 변신하고 난 뒤의 첫 번째 광고주. N교역은 당시 개방 붐을 타던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중고 자동차를 수출하는 회사였다. 그 회사에서는 당장 미팅을 갖자고 했지만, 하루 종일 전화벨이 울릴 낌새여서 다음날로 미뤘다.
예상대로 전화 문의가 빗발쳤다. 보안시스템 수입회사, 음식물 폐처리 기계회사, 액세서리 수입회사 등. 그 날 최종적으로 미팅 일정을 잡은 회사만 10곳. 추석 연휴 전 1주일 동안 보낸 DM의 결과 치고는 괜찮은 성과였다.
『외국에 나가면 명함은 회사의 얼굴이나 마찬가집니다. 어차피 바이어들은 우리 회사가 대기업인지 중소기업인지, 구멍가게인지 알 길이 없죠. 명함이나 서류에 찍힌 고유 마크와 로고가 촌티나면 허술한 회사, 깔끔하면 규모있는 회사라고 단정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N교역에서 의뢰한 일은 CI(기업이미지 통합작업) 작업. 그 중에서도 명함, 서류용지, 팩시밀리용지, 작업복 등에 인쇄할 마크와 로고 제작이었다. 직원
3명을 거느린 업체였지만 오너가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 역시 달랐다.
많은 중소기업 오너들이 범하고 있는 오류의 하나가 마크와 로고를 대충 자기 취향대로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 제작비를 싸게 해 줘도 무형의 가치에 돈을 낸다는 데 대해 부담스러워하기 일쑤다. 마크와 로고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크, 로고가 잘 되어 있으면 체계적으로 일을 한다는 신뢰감을 주고, 그것이 구매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면에서 M교역 사장은「고객지향적」인 마크와 로고 제작에「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업가였다.
1주일간 정성들인 작업. 20개의 시안을 들고 N교역 사장을 찾아갔다.
『어느 것이 마음에 드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