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젊은 꿈 성장기업서 키워라-롤모델 집중탐구] 이만중 보끄레머천다이징 회장

월급쟁이라는 생각 버리고 회사 아닌 자신 위해 일하라<br>코오롱 재직때 중기에 도움 20년뒤 공동 창업 인연으로<br>직원 스스로 의사결정케 보장 수평적 리더십이 성공 밑거름




"42살에 코오롱을 그만뒀습니다. 55세가 정년이었는데 평생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준비하다가 회사를 설립하게 됐습니다."

이만중(69ㆍ사진) 보끄레머천다이징 회장은 코오롱에서 18년간 근무한 패션 기성복 1세대다. 회사 설립 배경에 대해 그는 다소 평범한(?) 답변을 내놓았지만 사실 이 회장이 갖고 있는 신뢰가 그 바탕이 됐다.


코오롱 입사 4년째, 폴리에스테르 원사 판매를 담당했다. 당시 대구에서 직물공장을 하던 한 업체는 회사 규모에 비해 운영자금이 모자라 수시로 500kg이나 1톤 정도 소량을 구입해갔다. 한번에 5톤, 10톤씩 살 여유가 없었기 때문.

이 회장의 배려에 대해 대학생이었던 직물공장 사장의 아들이 찾아와 사례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실을 싸게 준 것도 외상도 아니었고, 코오롱에 손해를 끼치면서 도와준 것도 아니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약 20년이 지나 코오롱을 떠난 이 회장에게 그가 전화를 걸어와 패션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했다. 몇 차례 사양을 했지만 그는 자금을 대겠다며 이 회장을 설득했다. 결국 코오롱 시절 맺은 작은 인연이 보끄레머천다이징을 탄생시켰다.


그는 현재 이 회장과 함께 회사의 최대 주주다. 23일 서울 강동구 길동 본사에서 만난 이 회장은 "당시 저는 도움을 줬다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 분은 평생 기억하고 살았던 모양"이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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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코오롱에 근무할 시절에 대해 한번도 월급쟁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는 경영학과 출신임에도 원단 설계에서 패션사업부 탄생까지 다양한 업무를 맡았다. 이 회장은 "지금도 직원들에게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라고 하지 않는다"며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모여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지론을 밝혔다.

지난 1991년 설립된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온앤온(on&on), 올리브데올리브(OLIVE DES OLIVE), W.(더블유닷), 라파레뜨(lapalette) 등의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다. 새로운 브랜드가 계속해서 탄생하는 이유는 아래 직원들에게 권한을 넘긴 조직문화가 배경이다. 이 회장은 "회사에서 미래에 대한 꿈을 꾸면서 가능성이 있다면 자금 걱정 없이 자신의 비즈니스로 만들도록 시도해보라고 권유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면 누구보다 애정을 갖게 되고 출근하지 않으면 궁금한 회사가 된다는 의미다. 이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회사로 키워나간다는 것.

해당 직원들은 결재를 따로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어서 해외에 나가서도 즉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이 회장도 임원들에게 직원들을 감시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했을 때도 야단치지 말고 안아주면 실수가 앞으로의 도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설파한다. 이른바 수평적 리더십인 셈. 이 회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의사결정이 신속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중앙집권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중국을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글로벌 영토를 나날이 확장해나가고 있다. 싱가포르, 카자흐스탄 등의 신흥시장에도 조만간 진출할 예정이다. 특히 보끄레머천다이징은 중국 시장에 가장 성공적으로 진출한 기업으로 꼽힌다. 2003년 한창 중국에서 인기를 끌 때는 매장 하나의 매출이 백화점 한층 매출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정도였다.

최근에는 K패션 확대를 위해 하회탈, 단청 등 우리의 장인들이 보유한 기술과 소재를 패션 모티브로 찾아 상품화시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5월 명성황후의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그래픽을 의류, 가방, 스카프 등 패션 아이템과 접목시켜 출시했다. 이 회장은 "점차 동양이 문화의 중심이 되는 시대로 바뀔 것"이라며 "앞으로는 상품만이 아닌 문화를 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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