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은퇴후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를


요즘 '하우스푸어'라는 말이 자주 거론된다. '하우스 리치, 캐시 푸어'(house rich, cash poor)에서 나온 말로 어렵게 집을 장만했지만 정작 수중에 쥐고 있는 돈은 부족한 사람을 일컫는다. 열심히 일하고도 살림살이가 크게 개선되지 못하는 '워킹푸어'의 부동산판이다. 사실 공수래 공수거, 무소유가 중요하다 해도 집은 반드시 장만해야 하는 게 우리 보통사람의 정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직장인의 재무목표 1순위가 내 집 마련이었고 반듯한 내 집을 가져야 성공한 사람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고 여겼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처한 현실이다. 당장 은퇴를 앞두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산유동화가 어려운 데다 현금성자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58년 개띠'로 대변되는 베이비부머의 현주소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들이 가진 재산은 아파트 한 채가 대부분이고 자녀교육비와 노부모 부양비는 생각만 해도 깜깜하다. 지난해부터 700만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시작됐다. 어떻게 보면 준비되지 않고 반갑지도 않은 은퇴가 시작된 셈이다. 그래서인지 '돈 없이 오래 사는 위험' 즉 장생(長生) 리스크가 은퇴라는 말과 함께 회자되고 있다. 최근 '신(新)보릿고개(은퇴 후 국민연금을 수령하기까지의 공백기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이다. 퇴직 후 안락한 삶을 영위하려면 결국 매달 일정한 현금이 필요하고 대안으로 개인연금ㆍ퇴직연금과 같은 노후 대비용 연금상품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지금부터 10여년 전 일본에서는 우리 베이비부머에 해당하는 단카이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자 일정한 현금흐름을 제공해주는 '월이자 지급형'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인구구조의 고령화, 저금리의 장기화, 그리고 부동산 경기 부진이 맞물리며 노후대비를 위한 금융상품에 대한 니즈가 커졌다. 이러한 영향으로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공모펀드 시장의 36%를 월이자 지급형 펀드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한 예로 일본 퇴직자들은 일반연금을 보통 짝수 달에 수령하는데 그래서 수입이 없는 홀수 달에 배당을 받는 상품이 인기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연금수령 시기를 앞당겨 받는 조기연금 신청이 급증했다고 한다. 준비되지 않은 은퇴로 현금흐름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편안한 노후생활을 위해 묶여있는 자산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 놓는 것. 이것이 합리적인 은퇴준비의 방향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팁을 전하고 싶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이 제공하는 금리수준으로는 충분한 현금흐름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대신 성장하는 해외시장에서 높은 금리의 고정수입 금융상품(Fixed Income)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보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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