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자신을 믿고 새로운 희망을 품자

어릴 적 음력 설 즈음, 세배를 마치고 가족끼리 모여 앉은 자리에서 으레 가족들의 생년월일을 짚어가며 손때 묻은 토정비결을 찾아보고는 했다. 용이 하늘로 오르는 대길의 괘일 수도 첩첩 산중에 갇힌 막막한 괘일 수도 있지만 앞날에 대해 미리 대비하려는 지혜인 것이다. 미래를 괘로 알아보는 토정비결은 주역을 참고로 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주역은 고대 중국 주나라의 역(易)으로, 다양한 주석본만큼이나 여러 가지로 해석돼 어떤 이에게는 점술서로, 누구에게는 철학서로, 혹자에게는 시집으로 읽힌다. 하지만 미래와 운명에 관한 것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이 점에서 주역은 '무수한 갈래길이 있는 삶 속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역에 보면 '스스로 진실하고 믿는 마음이 바깥에 영향을 미쳐 신임을 얻는다'라고 풀이되는 중부(中孚)괘가 있다. 곧 굳건한 자기 믿음을 통한 내면적 성찰을 주문하고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용기를 부여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는 데서 시작점을 잡을 것을 강조한다. 새해를 맞이하는 지혜 역시 여기에서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을 믿고 새로운 희망을 품는 것이다. 모호한 점 때문에 오히려 여러 해석이 가능한 주역처럼 인간의 미래 역시 다양한 모습을 가지며 그래서 더욱 자유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무수히 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삶에서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 또 새롭게 창조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주역의 핵심원리는 달이 차면 기울고 꽃이 피면 마침내 지며 겨울이 성하면 끝내 봄이 온다는 바뀔 역(易)자, 즉 변화에 있다. 변화를 읽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시대의 흐름에 알맞게 몸을 가다듬어 세상에 접합시키며 나아가 앞날의 일을 예상하여 미리 대비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긴 연휴가 훌쩍 지나고 나니 무척 아쉽지만 이제 심기일전할 때이다. 신년운수에 어떤 괘가 나왔든 미래를 준비하는 도구로 생각해 변화를 이해하고 올바름을 추구한다면 가령 좋지 않은 운이라 해도 결국 대길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행운의 괘는 자신을 믿고 사명을 다하며 미래를 통찰하는 사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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