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들이 몰려온다

박수근의 '복숭아'

김환기 '매화와 항아리'

권진규 '자소상'

이중섭 '애들과 물고기와 게'

불황의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는 국내 미술 시장에 올 여름 야심차게 준비한 근현대 거장의 작품전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근현대 거장이란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장욱진부터 천경자, 이우환에 이르는 ‘블루칩’ 작가들을 말한다. 해외 경매에서 피카소, 자코메티, 마네 등 ‘인상주의’ 화파를 필두로 한 블루칩 작가들이 최고 낙찰가 기록을 경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 근현대 거장에 대한 관심은 불황 직후의 현상인 ‘안전 자산 선호’의 경향을 반영한다. 거장의 작품들은 미술투자에 대한 방향성과 안목을 확보할 수 있는데다 한국 미술의 역사와 흐름을 보여주는 것인 만큼 방학을 맞은 자녀들과 함께 관람하기에도 유익하다. ◇‘블루칩’의 대표작=인사동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갤러리이즈의 개관 2주년 기념전인 ‘공존-근대를 지나 미래를 거닐다’는 근대 거장 7인방의 대표작을 고루 모아 27일까지 전시한다. 서민의 애환을 화강암 같은 질감에 담은 박수근의 유화와 평소 즐겨 그리던 드로잉,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담배 포장지에 새기듯 그린 이중섭의 은지화, 김환기의 한국적 추상화와 장욱진의 천진난만한 그림들을 볼 수 있다. 또 오지호의 ‘항구’, 박고석의 ‘산’, 도상봉의 ‘라일락 정물’ 등 작가별 대표작이 걸렸다. 2층에서는 이들의 영향을 이어받은 이수동의 자작나무 풍경화, 김정수의 진달래꽃, 이동기의 아토마우스, 황주리의 식물학 등 대표작이 전시 중이다. 여의도 63빌딩 내 스카이아트미술관은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전’을 열고 대표작가 48명의 작품 65점을 선보인다. 조각가 권진규의 ‘자소상’, 상류층 여인을 주로 그렸던 김인승의 ‘여인좌상’, 토속적 화풍인 최영림의 ‘불심’ 등 인물화와 박수근의 ‘복숭아’, 이대원의 ‘농원’ 등 풍경과 정물, 김환기ㆍ이규상ㆍ남관ㆍ권옥연 등의 추상화가 고루 선보인다. 또 침목이나 아스팔트 등의 재료 특질을 강조하는 정현 등 30~50대 현대작가도 근대작과 나란히 선보인다. 11월7일까지 열린다. ◇거장들의 희귀작=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근현대 주요작가들의 초기 작품만을 엄선해 오는 21일 열리는 경매에 내놓는다. 물방울 화가로 유명한 김창렬의 1960년대작으로 추정되는 초기작 ‘플레쉬 앤드 스피릿’(추정가 1,500만~2,500만원)은 생동감 있게 흐르는 붓자국이 인상적인 희귀 작품이다. 추정가 3억~5억5,000만원에 출품된 천경자의 ‘백일’은 1950~60년대 사실주의를 추구하던 작가가 70년대에 보랏빛 탐미적 화풍으로 변화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인승, 박항섭, 김숙진, 김용조 등의 귀한 작품들은 미술관 소장용으로 꼽힐 정도로 가치가 높다. 경기도 고양의 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은 ‘고향을 떠나야 했던 화가들’이라는 제목으로 전쟁으로 인해이산(離散)의 아픔을 겪은 화가들의 시대적 고통을 보여준다. 아이를 업고 무거운 발걸음을 이끄는 여인과 갈비뼈를 드러낸 채 피난수레를 끄는 장정들을 그린 이수억의 ‘6ㆍ25동란’, 철길을 따라 종종걸음 치는 피난민들의 모습을 담은 박고석의 ‘범일동 풍경’ 등은 짙은 애환이 느껴진다. 최영림의 ‘여인의 일지’, 한묵의 ‘나부’, 황유엽의 ‘추석의 모습’ 등 인상적인 작품들이 알차게 모여 입장료 5,000원이 아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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