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당신들 뭔데" 항의하던 손님 "경찰서서 얘기를" 하자 조용

주택가 파고드는 불법 유흥주점 단속현장 가보니

학교정화구역 위반한 업소

강북구만 170여곳 밤마다 성업단속반-업주 자정까지 '전쟁'

서울 강북구와 성북교육청·강북경찰서 합동 태스크포스(TF)팀 소속 단속원들이 강북구 솔샘로길에서 영업 중인 유흥주점에 들어가 불법증거 등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제공=강북구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북구 솔샘로길 좌우에 위치한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는 가게들이 하나둘 형형색색의 네온 간판에 불을 켜며 영업을 시작했다. 낮에는 간판 불을 끄고 문을 닫아놓았다가 저녁 즈음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나서는 유흥주점들이다. 특히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귀가할 때쯤 학생들은 매일 네온간판이 번쩍이는 야릇한 거리를 지나다녀야 하는 곤욕을 치러야 하기 일쑤다. 간판이름도 '길손'이나 '필링' '사랑' 등 학생들이 접하기에는 낯뜨거운 것들이 많아 학생들은 고개를 들고 지나가기가 민망할 정도다.


특히 이곳은 학교와 가까워 법적으로 유흥주점 영업을 할 수 없는 곳이지만 집적 효과로 주변으로 유사 주점들이 점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강북구 관계자는 "이 지역은 성암여자중학교와 200m도 떨어져 있지 않아 학교보건법상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 해당돼 접대부를 고용,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는 등의 주점 영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업소들은 단순신고만으로 영업이 가능한 일반주점으로 등록해놓고 실제는 불법으로 유흥주점을 운영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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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같은 불법행위를 쉽게 찾아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문을 꼭 닫고 영업을 하는 바람에 심증은 가지만 확실한 증거를 잡을 수 없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강북구는 5월부터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집중 단속에 들어가 170여개에 달하는 청소년 유해업소 중 13%가량인 21개 업소가 문을 닫도록 했지만 여전히 역부족인 게 사실이다.

TF팀이 현장단속에 나선 이날도 단속반원과 업주·손님 간에 막말이 오가는 등 마찰이 다반사로 빚어졌다. '불법영업을 하면 행정조치를 받는다'는 TF팀원의 고지에 A업소 주인은 다짜고짜 "그만 좀 단속하라"고 오히려 역정을 냈다. B업소에서는 여종업원과 남자 손님이 한 테이블에서 맥주를 나눠 마시는 '현장'이 적발됐다. 단속에 걸린 이 가게 주인은 "단순히 아는 오빠"라고 둘러댔고 술을 마시다 적발된 손님은 "동생이 상을 당해서 위로해주려고 왔는데 당신들이 뭔데 이러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하지만 단속반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진술서를 받고 곧바로 경찰서로 인계했다. 강북구 관계자는 "단속에서 적발되면 하나같이 이유를 둘러댄다"며 "그럴 때는 진술서를 받은 다음 '더 하실 말씀이 있으면 경찰서에 가서 하시라'고 안내하면 다들 조용해진다"고 말했다. 단속은 3시간 가까이 진행돼 업주들과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 자정이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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