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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가 좌파와 우파를 아우르는 대연정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2개월간의 정국혼란에 일단 마침표를 찍으면서 이탈리아 금융시장도 당분간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내각 구성의 이념적 색채나 재정위기의 해법이 달라 진정한 시험대는 지금부터라는 게 중론이다.
27일 파이낸셜타임스(FT),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도좌파인 민주당의 부당수 출신인 엔리코 레타(사진) 총리 지명자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중도우파 자유인민당(PDL), 마리오 몬티 전 과도내각 수반이 이끄는 중도 노선의 시민선택당과 연정에 합의했다. 민주당은 2월 총선 때 하원에서 과반을 차지했지만 지역별로 의석 수가 배분되는 상원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해 단독정부를 이루지 못하자 연정을 추진해왔다.
레타 총리는 28일 취임 선서를 통해 정식 취임했으며 새 내각은 29일 상ㆍ하원의 신임투표를 거친 후 정식 출범한다. 앞서 레타 총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경제정책이 긴축으로 과도하게 기울어져 있다며 경기부양 정책을 펼 것임을 시사했다.
21명의 장관 가운데 민주당은 9명이 입각했고 PDL은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안젤리노 알파노를 비롯한 5석을 배정 받았고 몬티 내각 출신의 기술관료 3명도 내각에 자리를 잡았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인 파브리지오 사코마니가 재무장관, 전 유럽연합(EU) 집행위원 에마 보니노가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외교장관으로 지명되는 등 나머지 장관 3명은 외부 전문가로 채워졌다. 연정 참여를 거부한 제3당인 '오성운동'은 연정에 참여하지 않은 나머지 중도좌파ㆍ중도우파 정당들과 함께 야당으로 남게 됐다.
이처럼 내각 구성에는 극적으로 합의하지만 앞길이 밝지만은 않다. 레타 내각의 최우선 해결과제는 EU와의 협상을 통해 재정긴축 압력을 완화해 경기부양의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무디스는 올해 이탈리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8%로 전망하는 등 경기상황이 여의치 않다. 레타 총리는 "EU 측에 이탈리아가 재정적자 감축목표를 맞추는 데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연정에 참여한 3개 정파가 이념적 색깔과 이해관계가 달라 내각이 언제든 삐거덕거릴 수 있다. 당장 레타 총리는 지난해 몬티 전 총리가 새로 도입한 주택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오는 6월부터 이탈리아 모든 부동산 소유주들은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하는데 베를루스코니가 도입을 반대하고 있고 지난해 국민이 냈던 세금도 반환돼야 한다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FT는 "베를루스코니가 배후에서 PDL 등 정치권에 입김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