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격을 높이자] <9>국격의 기초 '한반도 평화'

北 10~15년내 대전환기 맞을 가능성 대비해야<br>무디스·S&P등 신용등급 조사때 대북문제 우선 고려<br>후계자없는 상태서 金위원장 유고땐 北대혼란 우려<br>경협·인도적 지원 확대로 경색된 남북관계 물꼬 터야


“최선을 추구하기보다는 최악을 제거하라.” 철학자 칼 포퍼의 말이다. 이 말은 ‘확률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를 대비해야 할 때 자주 인용된다. 포퍼의 명제에 비춰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한반도 평화와 원만한 남북관계는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155마일 휴전선은 한국의 국가 브랜드와 신인도를 향상시키는 데 한계를 긋고 있다. 북측이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북핵 문제가 꼬이면 우리나라의 금융ㆍ주식시장은 요동을 친다. 한국 문제에 큰 관심이 없는 외국인들이 남ㆍ북한을 구분하지 못한 채 북한의 이미지를 그대로 남한에 대입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임수호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은 북핵 문제를 실제보다 더 심각하게 느낄 수 있다”며 “한국이 불안한 나라로 여겨지면 선진국이 되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북핵 문제 등 대북상황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무디스ㆍ스탠더드앤드푸어스 등 세계적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핵심적 요소이기도 하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무디스를 비롯한 외국계 신용평가사들이 한국의 신용등급을 매길 때 북핵 등 대북상황을 의식적으로 먼저 살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해결해 한반도 평화를 확고히 하면 대외적으로 ‘한국은 사회안정성이 높고 정치ㆍ외교력도 있다’는 평을 듣게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의 국격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경협 활성화 등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은 10~15년 내 북한이 대전환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특히 시급하다. 국격 향상 프로젝트와 남북관계 개선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이유인데 대북 문제 전문가들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월 66세 생일을 전후로 건강악화설이 다시 제기된 것을 주목하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한다. 북한 주민의 평균수명은 지난 2007년 기준으로 남성은 61.4세로 김 위원장의 나이는 이미 평균수명을 훌쩍 뛰어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의 1인자로 특별관리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남측 남성의 평균수명(74.4세) 등을 고려할 때 그가 건강하게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정일 위원장 이후 그만큼 확실히 권력을 장악할 인물이나 후계자가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이 없으면 북측의 정치 지형이 혼돈 속에 빠져들며 한반도에 일대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들이 이 문제가 가까운 시일 내 닥칠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악화일로에 있다. 올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직파 여간첩 사건이 이어지면서 더욱 꽉 막힌 남북관계에 전혀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조차 “8ㆍ15를 앞두고 대통령 경축사에 대북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며 “구체적으로 언급할 말이나 계획을 찾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여기에 꼬인 남북관계를 풀어줄 양측 간 비선라인도 무너졌다는 게 정보기관 주변의 평가다. 참여정부에서 대북 문제를 다룬 한 전문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잘 모르고 정권 교체 과정에서 무조건 지난 10년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규정한 것이 대북 문제를 악화시킨 단초”라며 “이념적 성향은 다르더라도 지난 정부가 이뤄온 성과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이를 발판으로 북측을 설득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북관계 진전의 물꼬를 트는 또 다른 해법으로 정체 상태인 경협의 활성화와 인도적 지원의 확대도 제시됐다. 제도나 북측의 적극성은 여전히 문제지만 20년의 역사를 지닌 남북경협을 통해 일부 분야에서는 양측 간 윈-윈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으로 제시했던 한강 하구 나들섬 건설은 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남북이 합의한 서해평화협력지대 설치안 중 한강 하구 공동개발과 맥을 같이하는 측면도 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도 인도적 측면의 대북 지원은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대북 지원을 시작으로 남북관계를 재구축해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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