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업종 구분 기준이 애매해서 애널리스트들도 헷갈립니다.”
코스닥시장 상장법인에 대한 한국거래소(KRX)의 업종 분류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업종 가운데서는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임에도 소속 업종분류가 다른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의 61.8%를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에서 거둔 코스닥상장사 톱텍은 기계ㆍ장비업종으로 분류돼 있다. 거의 모든 매출이 LCD장비에서 발생하는 아바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LCD장비 매출이 전체의 31%로 주력을 차지하는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업종으로 묶여 있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대표적인 IT업종인 LCD장비업체를 일반 기계업종으로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 지적했다.
KRX가 통계를 낼 때 정보기술(IT) 업종으로 보는 것은 IT하드웨어ㆍIT소프트웨어서비스ㆍ통신방송서비스 업종이다. 소분류로 들어가면 통신방송서비스에는 통신ㆍ방송서비스업종이 들어가고, IT소프트웨어서비스에는 인터넷과 디지털컨텐츠, 소프트웨어, 컴퓨터서비스가 소속되며 IT하드웨어에는 통신장비, 정보기기, 반도체, IT부품이 편입돼 있다. 결국 IT장비업체임에도 KRX의 기준에 따르면 ‘비(非) IT기업’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통계의 왜곡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제로 KRX가 이날 내 놓은 올해 코스닥상장사 단일공급ㆍ판매계약 현황에서 아바코와 톱텍은 제조 업종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은 IT 업종으로 ‘따로따로’ 분류됐다. 이로 인해 IT업종의 수주액 중 최소 3,000억원 가까이가 제조로 옮겨갔다.
현재 코스닥업종기준은 바이오테크놀로지(BT)나 신재생에너지 등 신성장동력업종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 셀트리온을 위시한 각종 코스닥 바이오제약 업체들은 전통제약업체들과 똑같이 제약업종에 소속돼 있고 태양광에너지, 풍력에너지업체들도 대부분 일반 기계업종에 편입돼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형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현실에 맞게 세부업종을 나눠서 전체 상장사에 자신이 속하는 업종을 물어 조사를 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KRX의 한 관계자는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 표준을 따르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며 “LCD장비업체 등 문제가 발견된 부분에 있어서는 검토를 거쳐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KRX가 지난해 7월 도입한 글로벌산업분류기준(GICS)도 여전히 절름발이다. KRX는 이 기준을 홈페이지에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는 탑재하지 않아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실질적 효과가 없다. KRX는 “공동 개발사인 스탠터드앤드푸어스(S&P)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2차 사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HTS에 공시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