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약하는 건설코리아] 중동 건설신화 다시 쓴다 뛰어난 시공력…'오일 머니' 쓸어담아올 7월까지 62억弗 수주 총누적액 1,200억弗 넘어쿠웨이트 턴키방식 공사 국내기업 절반이상 시공 지난 6월 쿠웨이트 북서쪽에 위치한 현대건설의 미나 알 아흐마디 에탄가스 회수처리 시설공사(New Ethane Recovery Plant Project) 현장. 취재진이 버스에서 내리자 건조하면서도 뜨거운 사막열풍이 얼굴을 화끈하게 만든다. 현장사무소 외부에 걸려있는 온도계는 섭씨 43도를 가리키고 있다. 흡사 건식사우나에 들어온 기분이다. 현장에서는 우리나라 기술진과 현지의 제3국 인부들이 수건으로 얼굴을 감싼 채 파이프라인을 묻기 위한 굴삭작업이 한창이다. 현장책임자인 이호국 현대건설 상무는 “4억달러 규모의 이 공사는 쿠웨이트의 사정으로 공사기간이 매우 짧아 공기를 맞추느라 더위도 잊고 산다”며 “지난 27년 동안 중동의 현장을 돌면서 17억달러어치의 공사를 해왔지만 우리나라 업체가 공기를 맞추지 못해 클레임을 당했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이런 해외진출 건설업체들의 수십년 노력이 이제 ‘제2의 중동신화’로 나타나고 있다. 중동국가들의 한국의 기술력과 시공능력에 대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우리업체들이 대규모 공사들을 속속 수주하고 있는 것. 이미 올해 7월까지만 중동지역에서 62억6,900만달러어치의 공사를 따냈으며, 해외진출 이후 중동에서의 공사수주 누적액도 7월말 기준으로 1,213억3,500만달러를 넘겼다. 국가별 주요 수주실적에서도 사우디와 쿠웨이트, 오만, 이란, UAE 등 중동국가들이 상위10위권의 주요자리에 포진하고 있다. 8월 이후에도 카타르에서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이 각각 각각 17억달러와 13억달러 규모의 천연가스액화시설(GTL) 공사 수주에 성공하면서 하반기 수주 전망을 밝게 했다. 특히 GTL 공사는 고도의 기술기술력이 필요한 공사로 그 동안 일본과 유럽의 업체들이 독점했던 시장이어서 이번 공사의 수주 의미가 더욱 크다. 또 직전에는 LG상사와 GS건설이 오만 국영 석유회사 산하 오만 LLC사가 발주한 12억 1,000만달러 규모의 아로마틱스 플랜트 공사를 공동 수주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연산 파라자일렌 80만톤, 벤젠 20만톤 등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이 공사는 경쟁입찰 방식이 아닌 LG상사와 GS건설의 제안형 수의계약 공사라는 의미를 지녔다. 이밖에 SK건설이 쿠웨이트에서 12억2,700만달러 규모의 유화 플랜트 공사를 진행중에 있으며, 삼성ENG가 사우디에서 8억8,000만달러 규모의 ‘타스니 에틸렌 프로젝트’를, 이란에서는 포스코건설이 ‘싸망건 미니밀 프로젝트’를, 현대건설이 UAE에서 제알벨리 콘테이너 터미널 1단계공사를 시공중에 있는 등 중동국가의 주요 SOC(사회간접시설) 대부분이 우리기업의 힘으로 건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국내건설사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쿠웨이트 미나 알 아마디 정유공장 해상터미널공사(KNP-2) 5∼6번 부두 추가 건설 현장 책임자인 김진엽 현대건설 소장은 “우리 건설업체의 기술력과 경험을 인정 받아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따낸 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완벽시공과 공기 단축으로 추가 공사도 수주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게다가 최근에는 중동 산유국들이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앞다투어 원유 증산 시설과 석유화학·가스처리, 항만, 발전ㆍ변전시설 공사를 발주하고 있어 앞으로의 수주 전망도 밝게 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이은록 SK건설 쿠웨이트지사장은 “하반기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NPC)가 63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아주르 제4정유공장(New Refinery) 1∼4단계 공사의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SK건설을 비롯한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이 입찰에 초청돼 국내업체의 싹쓸이 수주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쿠웨이트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중동지역 최대 전략 요충지로 쿠웨이트 전체 턴키(설계ㆍ시공 일괄)공사 가운데 국내 기업 점유율이 51%를 넘는다. 김영택 현대건설 쿠웨이트 지사장은 “쿠웨이트는 2020년까지 오일ㆍ가스부문에만 680억달러 공사를 예정하고 있고 발전ㆍ송변전부문과 인프라 부문 등을 합치며 약 830억달러를 쏟아 부을 계획”이라며 “우리기업들이 발주처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온데다 기술 능력을 인정 받고 있는 만큼 계속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모처럼 찾아온 중동건설 붐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경제외교로 수주 활동을 돕고 있다. 해외건설협회도 모자란 기술 인력을 찾아 지원하기 위해 해외건설인력 풀(pool)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서 튼튼한 수주기반 구축을 위해 다각적인 건설 외교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중동 등의 오일달러를 해외건설 수주로 연결하기 위해 중동지역 발주처 인사 초청과 고위급 방문외교를 실시하고 쿠웨이트ㆍ알제리 등에는 주재관도 파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력시간 : 2006/08/09 1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