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케이블 TV의 '탈(脫) TV'


"전업주부 A씨. 스마트한 TV를 이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TV를 보다가 바로 세금을 내고 은행계좌도 정리한다. 갑자기 더워진 날씨에 에어컨을 많이 사용한 것 같으면 즉석에서 TV로 전기 사용량도 체크한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채널을 돌려 주치의와 원격으로 건강 상담을 받는다. 주치의는 러닝머신·사이클 등과 연결돼 심박수·혈압·호흡변화 등을 측정해주는 '스마트 헬스케어 시스템'으로 맞춤형 상담을 해준다. 장시간 외출 때는 애견 전용 프로그램으로 애완견의 외로움을 달래주고 애견의 체온과 심장 박동수 등 건강 상태도 체크할 수 있다."

이것은 지난 4월 제주도에서 열린 '디지털 케이블TV쇼'에서 보여준 일상생활과 접목한 스마트 홈의 모습이다. 당시 현장을 찾은 많은 관람객들은 TV 본연의 기능과 차별화된 여러 스마트한 기능들을 보고 "TV로 이런 것도 할 수 있느냐"며 신기해했다. 이처럼 미래의 케이블 방송은 기존의 TV에서 벗어난 '탈(脫) TV'로 진화해 있을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시청자들이 더 이상 TV 앞에 가만히 머물러 있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데서 시작됐다. 1인 가구의 증가로 TV는 가족이 모인 거실의 필수품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졌다. 스마트폰의 폭발적 성장은 유선에서 무선으로의 TV 시청 변화와 콘텐츠에 대한 전통적인 소비트렌드 역시 바꿔놓았다. 유선에 기반을 둔 케이블TV는 '위기의식'이 높아졌다. 케이블TV는 날로 빨라지는 트렌드 변화와 다른 미디어 플랫폼과의 경쟁 속에서 다양한 신기술 개발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단순히 '보는 것'인 수상기에서 나아가 다양한 업무를 '하는 것'인 '홈 허브(home hub)'로 스마트하게 변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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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케이블 방송의 스마트한 변화 속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수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태계를 여러 사업자와 손잡고 구축하는 것이다. 거실의 TV를 벗어난 시청자라도 방송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았다. 시청자는 항상 새로운 콘텐츠를 원한다. 결국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지 않으면 케이블 방송의 미래인 스마트한 TV도 초고화질의 UHD TV도 성공하기 어렵다.

시대의 발전과 변화는 늘 미디어 시장의 기술 경쟁을 촉발시켰다. 케이블TV·인터넷TV·N스크린(다화면) 서비스 등 새로운 매체를 가능케 한 원동력이다. 또 '눈에 보이는 대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TV 산업 본질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는 세계 최초로 UHD 상용화라는 신시장을 열었다.

이렇듯 미디어 시장은 능동적인 소비자와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한 경쟁으로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내년이면 도입 20주년을 맞는 케이블TV가 단순한 TV 플랫폼에서 벗어나 스마트·클라우드·사물통신(IOT) 등 다양한 분야를 고민하며 향후 20년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난시청 해소라는 '올드 케이블'의 이미지를 밀어내고 '뉴 케이블'이라는 새 물결을 만드는 것은 케이블 업계의 과제다.

'꿈의 연구소'로 불리는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초대 소장 니컬러스 네그로폰테는 '디지털이다(Being Digital)'는 책에서 "TV의 미래는 TV를 더 이상 TV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케이블TV가 곱씹어봐야 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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