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법개정안에 자산가 재테크 지형도 바뀐다

혜택 줄자 절세전략 벗어나 해외상품 공격적 투자 나서<br>목표수익 7%대 유럽 DLS 등 파생상품 늘리고 예금은 줄여


한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팀장은 최근 들어 우량 자산가 고객들의 문의전화를 자주 받는다. 조금씩 사정은 다르지만 자산가들의 관심사는 세무상담과 고수익 상품 소개 등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어떤 자산가는 은행 소속 국세청 출신 세무사를 꼭 짚어서 소개해달라고 할 정도다. 이 PB팀장은 "세법개정안 이후 정부의 증세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세금 피로감'을 토로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은 어차피 낼 세금이라면 공격적 상품에 투자해 총수익 자체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액 자산가들의 재테크 지형도에 새로운 트렌드가 일고 있다. 세법개정안 공표를 계기로 정부의 강력한 증세 의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기 때문인데 일부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절세'는 절대 보수적으로 운용하되 수익률은 극대화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금융계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다음주 초 유로스톡스50(EURO STOXX50)과 FTSE100지수 등 유럽의 주가지수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럽 파생결합증권(DLS)' 상품을 출시한다. 국내 은행들이 유럽 대표지수만을 추종하는 파생상품을 출시하기는 처음이다.

이 상품은 목표수익률이 연 7.0%에 달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만기평가일까지 두 기초자산의 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6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목표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영아 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유럽의 실물경제가 반등하면서 초과수익을 원하는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사전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특히 수익에 대해 전액 과세하는 상품임을 감안할 때 자산가들의 태도변화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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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이 공격적 투자성향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강력한 증세 의지와 맞물려 있다. 국세청이 고소득 전문가와 고액 자산가들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자 기존에 통용됐던 절세전략이 혹시나 모를 세무조사의 빌미가 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연초 나왔던 세법개정안 이후 자산가들이 절세전략을 완비해놓았다는 점도 공격적 자산비중 확대를 부추기고 있다. 하반기 3%대 물가상승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투자수익률을 높여 실질금리를 플러스권으로 유지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철 하나은행 법조타운 골드클럽 센터장은 "차명이나 증여를 통해 자산을 분배해놓았던 자산가들이 이를 다시 거둬들이는 모습도 보이는데 그만큼 절세는 허용된 범위 안에서 최소한도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신 정기예금만 했던 자산가들 중 일부는 파생상품 비중을 늘리는 등 수익률을 제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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