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정상회담·북핵불용·핵 포기시 경제지원 등 약속 받아와야
남북관계 전환기 맞아… 국제기구와 南北中·南北러 협력사업 필요
북한체제 비정상적 상황,경제 실권 빼앗긴 군부 불만 표출 가능성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9월2일 방중을 '득점의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10월 한미 정상이 만날 때 내놓을 수 있는 성과를 얻어야 합니다. 중국으로부터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 확약을 받아내는 한편 북핵 불용 방침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 포기 시 동북아개발은행 등을 통해 북한의 경제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중국에 갈 이유가 없습니다." 지난 27일 판교의 세종연구소 소장실에서 만난 진창수(사진) 소장은 임기 반환점을 지난 뒤 박 대통령의 첫 해외 방문에 대해 이 같은 주문을 내놓았다. 약 열흘간의 일본·중국 출장을 마치고 이틀 전 귀국한 진 소장과의 인터뷰 약속 시간은 오전9시. 이날의 첫 일정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오전 회의를 마친 후였다. 6월1일자로 소장으로 취임해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그는 요동치는 동북아 정세 속에서 또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시원시원한 해법을 제시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군사 퍼레이드 참관은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에서 군사 퍼레이드(열병식)까지 참석하는 것은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큰 걸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중에서 성과가 있어야 10월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왜 중국을 갔는지 이야기할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우리가 원하는 것을 받아오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진 소장은 내다봤다. 당장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중국이 부상하고 있는데 한국이 중국 쪽에 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노골적으로 이야기하며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는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이 역대 최상의 상태라고는 하지만 여러 현안이 많다"면서 "미국은 한국이 한미일 공조에 조금 느슨한 태도를 갖고 있으며 북한 문제와 관련해서도 남북관계에만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를 불식시키면서 한국 나름의 비전과 정책에 대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한중일 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한미일 공조를 병행하면서 우리의 외교적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로 남북 간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치달았다가 고위급 접촉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북한은 무력 도발을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고 하지만 실제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고 중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대북압박을 강화하는 두 상황의 상승 작용이 이번 결과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이 그동안 북한을 완충지대(버퍼존)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정상국가로 바라보고 있다"면서 "특히 9월3일 전승행사를 통해 동북아에서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데 북한이 이를 앞두고 재 뿌리는 행동을 해 격앙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 소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는 전환기를 맞았다"고 평가하면서 "정부는 앞으로 남북 간 대화 통로를 만들고 이산가족 문제의 물꼬를 트고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국제화 등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 과정에서 5·24대북제재 조치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쪽에서는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 호응해 남북한 철도 연결이 가능하도록 협력에 나서고 경제특구 조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진 소장은 내다봤다.
특히 우리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국가 장기발전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의 연계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도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할지 여부를 논의할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그는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9월18일 중국 옌볜대학에서 개최되는 2015 두만강 학술포럼에 북한 학자들이 참여해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동북 3성을 방문, 이 지역의 부흥을 선언해 이 지역도 일대일로와 연결될 것이며 이 경우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유도하는 전략이 내포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민간교류 활성화'와 관련해 진 소장은 "단순히 남북 간의 교류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러시아 등까지 끌어들인 남북중·남북러 협력사업을 통해 북한을 국제사회에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과정에서 국제기구가 함께 들어가 국제적인 룰에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현재 실시 중인 경제개혁 조치가 북중·북러 접경지역에서만 활성화되고 있는 만큼 남한과의 민간교류를 통해 북한 내륙 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편 북한 체제의 안정성과 관련해 진 소장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김정은 체제 등장 이후 당이 군부로부터 대외사업이나 경제적 실권을 빼앗고 있는데 앞으로 이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한 군의 불만을 어떤 형태로든 해소해주지 않으면 여러 형태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서도 "북한이 위기상황을 두고 남한 정부와 한판 붙을 수 있었는데도 위기관리를 한 것은 그만큼 체제 관리를 할 필요가 있고 지금의 체제가 불안정하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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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담화 문제 크지만 집착 말고 외교전 강화해야 한·일관계 어떻게 첫번째로 그는 식민지배에 대한 인식을 문제로 지적했다. 아베 담화에서 1931년 만주사변을 기점으로 그 이전은 일본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간 것이며, 특히 한국 식민지배의 교두보 역할을 한 1905년 러일전쟁이 아시아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표현한 부분이다. 1931년 만주사변 이후에는 '국책을 잘못해' 전쟁으로 갔다는 이분법적 인식이다. 진 소장은 "일본 국민들이 이를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큰 오해를 불러올 뿐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한일관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본의 식민지 시대로 가는 과정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하고 아시아 국민들이 찬성하는 것처럼 비쳐진 이번 담화는 한국이 주장하는 식민지배의 불법성과 대한민국 건국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면서 "역사학계 등에서 계속해서 반론을 제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두번째 문제는 외교 전략적으로 중국과 한국을 차별해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국배제)'을 했다는 점이다. 아베 담화는 한국을 딱 한 번, 그것도 대만·중국 등과 함께 거론하면서 이웃국가가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밝히는 데 그쳤다. 반면 중국에 대해서는 잔류 일본인들이 복귀하도록 도와준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이에 대해 진 소장은 "일본이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가 과연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두 가지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문제 제기를 해 잘 정리해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베 담화에 집착할 필요 없이 우리대로 수순을 밟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진 소장은 특히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해결이 어렵다면 아예 분리해 이것은 일본의 잘못된 행동이었으며 일본 정부가 해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역사에 남기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대신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보상을 하고 일본군 위안부를 기리는 소녀상을 전 세계에 세우도록 하자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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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안의식 정치부장 miracle@sed.co.kr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