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파이낸셜 포커스] "과당경쟁 막아야 하는데…" 당국 속앓이

'실세 금융인' 카드사업에 의욕<br>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카드사업 진출 공식선언<br>이팔성 우리금융회장도 내년 카드 분사 박차<br>당국 부정적 입장불구 대놓고 반대도 못할판

강만수 회장

이팔성 회장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신용카드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하고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카드 분사에 박차를 가하자 금융감독 당국이 난감해 하고 있다. 신용카드업계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외형 확장경쟁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데다 정권의 두 실세가 카드사업에 의욕을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고위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인 요청이 온 것은 아니다"라면서 "지켜보고 있고 상황도 파악하고 있다"고 30일 전했다. 금융감독 당국의 또 다른 관계자도 "국내 카드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국제금융 흐름이나 국내경제를 볼 때 시기상조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업 진출이나 분사가 또 다른 과당경쟁의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스스로 자제해달라는 에두른 표현으로 풀이된다. ◇제2의 카드대란?…격화되는 카드 발급 대전=지난 2003년 카드대란은 부동산에 이은 또 다른 거품경제를 양산해 큰 후유증을 남겼다. 거품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신용불량자 급증, 가계부채 부실 등의 여파로 이어졌고 제2의 IMF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팽배할 정도였다. 8년이 지난 올해도 카드대란의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지고 있다. 신용카드 관련 여러 지표가 카드대란 직전인 2003년과 유사하다. 예컨대 올 상반기 경제활동인구 1인당 4.9장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고 카드 모집비용은 4,000억원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카드대란 직전의 지표인 '경제활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4.6장, 카드 모집비용 4,777억원'과 비슷하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대변인은 "(신용카드 관련) 모든 수치와 통계가 경고음을 발하고 있다"면서 "그런데도 하나SK카드와 KB국민카드가 분사한 데 이어 우리은행도 우리카드를 분사할 예정인 등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은ㆍ우리지주 신용카드 행보, 관철될까=이런 와중에 강 회장은 28일 출범 2주년 기념사에서 신용카드사업 진출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강 회장은 "카드업 진출과 점포 확충 등으로 수신 기반을 넓히고 기업금융(CB)ㆍ투자은행(IB)ㆍ보험ㆍ자산관리 분야에서 산은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언제라도 산은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은지주는 산은캐피탈이 보유한 기업 상용카드 라이선스를 넘겨받은 뒤 개인에게도 카드를 발급할 수 있는 허가권을 얻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금융 역시 카드사업 분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드 분사에는 이 회장의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 우리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카드는 내년 초 설립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당국이 이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은지주와 우리지주의 카드사업에 대한 방향을 두고 금융감독 당국은 일단 부정적이다. 카드사의 외형 확대경쟁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분사나 신규 진출은 어쩔 수 없이 과당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신용카드시장 구조개선'에 초점을 맞춘 카드 종합대책이 올해 말께 발표될 예정이므로 카드 분사나 신규 진출에 도장을 찍어주는 게 쉽지 않다는 속내도 밝혔다. 하지만 강 회장이나 이 회장이 정권의 대표적인 실세라는 점에서 강하게 반대의 입장을 내비치지 못하는 등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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