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2010년까지 합계 출산율을 현재의 1.16명에서 1.6명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마스터 플랜을 내놓았다. 앞으로 5년 동안 모두 19조3,000억원을 투입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출산율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복안이다. 영ㆍ유아 보육료 지원과 국공립 보육시설 등을 확대하고 육아휴직급여를 인상하며 불임부부 지원도 강화한다는 것이 골자다. 때늦은 감은 있으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분만과 보육 등의 문제만 해결한다고 아이를 낳는 것이 두렵지 않은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주변에서 살펴보면 출산율이 낮아지는 가장 큰 이유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사교육비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엄청난 교육비를 투입하고도 청년실업은 날로 늘어나 캥거루족이 많은 현실을 바라보고도 아이를 많이 낳겠다는 부모는 드물 것이다. 무엇보다 부모 자신과 자녀의 미래가 안정적이라는 희망이 보일 때 출산율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신세대들의 결혼관도 바뀌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미혼여성 가운데 12.8%만이 반드시 결혼하겠다는 응답이 나왔다. 스스로 설정해놓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속에서 연장되는 학업 등으로 만혼이 늘어나고 그 만큼 가임여성의 출산가능기간은 줄어든다. 정부가 천문학적 숫자의 예산을 투입해 영ㆍ유아 보육료 등을 지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의 ‘희망한국 21 - 저출산ㆍ사회안전망 개혁방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30조5,000억원의 재원부터 마련돼야 한다. 이미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반영되어 있는 20조원을 제외한 나머지 10조5,000억원의 경우 국세 비과세ㆍ감면 축소, 재산세 과표 인상, 공무원 인건비 감축 등 세입 증대와 세출 삭감으로 충당한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선심성 정치로 이를 실현하지 못할 경우 나라살림은 또 다른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어 출산을 늘리려는 대책은 겉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