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위기의 현대자동차 환율 탓만 할 건 아니다

현대자동차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5월 전체 판매대수가 1년 전보다 6.4% 줄었고 미국 시장에서는 10%나 추락했다. 해외에서만 고전한 게 아니다. 내수 감소폭은 훨씬 더 커 8.2%나 됐다. 게다가 주가는 2일 10%나 폭락하며 사상최고가의 반 토막인 13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부진'이 아니라 '위기'에 가깝다. 일각에서는 현대차 고전의 진원지로 환율을 지목한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아베 내각 등장 이후 2년 반 만에 60% 넘게 치솟았으니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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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차 위기의 주범을 환율로만 한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해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과 같은 핵심 요인들을 간과하지 않았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다. 현대차 국내 공장에서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투입되는 시간은 2011년 기준 30시간이 넘는다. 20시간대인 포드나 18시간대인 닛산과는 비교도 안 된다. 연간 연구개발 투자액도 도요타는 9조원을 넘지만 현대차는 2조원에 불과하다. 반면 1인당 연봉은 지난해 말 기준 9,700만원에 달했다. 생산성은 떨어지고 기술은 제자리인데 임금만 올라간 꼴이다. 해외에만 매달리다 내수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한 것도 위기를 자초했다. 옵션이 다르다고는 하나 해외와 국내의 판매가격에서 큰 차이가 나고 다른 경쟁차종에 비해 비싼 가격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한때 '현대차 공화국'으로 불리던 우리나라에서 내수 점유율 40%에 목을 매는 신세가 된 이유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신발 끈을 조여 매고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환율이나 마케팅만으로 승부를 보려는 시대는 지나갔다. 정보기술(IT)과의 접목과 연비 개선 등을 넘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생산성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잃어버린 내수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달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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