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이상한 선대위원장 임명

한나라당이 4일 박종웅 전 의원을 부산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적이 있다는 이유로 공천 신청은 물론 복당조차 불허됐던 인사다. 무소속 출마 경력이 갑자기 당의 부산 선거를 책임져야 할 중요 경력이라도 된 걸까. 오로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이유가 적용된 것 같다. 당 공천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무성 의원 등 한나라당 내 민주계 인사들의 선거운동을 간접 지원하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을 달래기 위한 제스처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심지어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차녀 박근령씨를 충북 선대위원장으로 기용했다. 박씨 스스로의 표현대로 ‘아마추어’인 그를 긴급 수혈한 것은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자 대타로 내세우기 위해서다. 언니의 측근들 뿐 아니라 약혼자인 신동욱 교수까지 당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다. 김덕룡ㆍ박희태 당 공동선대위원장과 수도권 맹형규, 대구ㆍ경북 안택수 의원 등 주요 지역 선대위원장 대부분이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로 채워졌다. 선거 경쟁력이 떨어지고 당의 변화를 가로막는다는 이유로 낙천한 이들을 전국 또는 지역선거의 총책을 맡아야 할 중요 인물로 대우할 이유가 갑자기 생긴 걸까. 결국 원칙 없는 공천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들 선대위원장들은 도대체 한나라당의 보석인가 폐품인가.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이 낙천에 불복해 대거 출마한 상태다. 총선 이후 이들이 필요해지면 보석으로 치켜세우며 영입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총선 후 복당을 불허하겠다”는 당 지도부의 경고가 지역 유권자들에게 공염불로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당의 무원칙이 총선 접전지역에 나선 한나라당 후보들의 불이익으로 곧바로 연결되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창당 10년을 넘기고 정권을 교체한 경험을 쌓았다. 국민에게 높은 신뢰를 받는 전통 있는 정당일수록 원칙과 책임이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무원칙 대신 상향식 공천제도 등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안을 선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보석 겸 폐품’이 안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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