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금메달이 꼭 필요했다. 서로 이유는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3km를 넘어가며 다리의 고통이 가속을 버텨내지 못할 정도로 심해졌다. 힘겨운 순간에도 사이클 페달은 더욱 빨라졌고 결승 상대 홍콩과 격차는 눈에 띄게 커졌다. 집념의 사나이들은 1위를 확정지은 뒤에야 다리에 힘을 풀 수 있었다.
한국 남자 사이클 대표팀이 아시안게임 남자 사이클 4㎞ 단체추발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조호성(36ㆍ서울시청)과 황인혁(22ㆍ금산군청), 장선재(26ㆍ대한지적공사), 박선호(26ㆍ서울시청)가 한 팀을 이룬 한국은 16일 광저우 대학타운 벨로드롬에서 펼쳐진 대회 결승전에서 4분07초872 만에 결승선을 끊어 홍콩(4분10초859)을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맏형 조호성은 8년 만에 출전한 아시안 게임의 성과에 고무된 모습이었다. 조호성은 지난 1994년 히로시마 대회부터 2002년 부산 대회까지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낸 뒤 경륜 선수로 전환했다. 그는 경륜에서 47연승을 기록하는 등 4년 연속 상금 랭킹 1위에 올랐지만 명예롭게 선수 생활을 마치고 싶어 2009년 다시 아마추어로 복귀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4위에 머물러 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겨냥한 그는 35세의 나이에 후배들과 함께 아시아를 제패하며 최종 목표를 향해 한발 다가섰다.
이날 대표팀의 선두주자로 출발해 금메달을 이끈 박선호는 아시안 게임 금메달이 더욱 감격스럽다. 그는 2006년 도하 대회에서 금메달의 꿈을 부풀렸지만 엔트리에 들지 못해 동료들의 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대표팀은 단체 추발에서 금메달을 합작했다. 선후배들은 메달을 목에 걸며 환호했지만 박선호는 홀로 빈손이었다. 박선호는 “당시 1등 했던 친구들을 축하해줬지만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며 “그 때 설움이 오늘의 영광을 안겨준 것 같다”고 말했다.
막내 황인혁은 2년 전 아픔을 이번 금메달로 털어낼 수 있었다. 그는 2008년 소속팀 수자원공사가 예산 절감으로 해체되면서 하루 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당시 운동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밤새 술을 마시고 다음날 경기에 나가기도 했다”고 말할 정도로 위기를 겪었던 그는 다행히 금산군청에 입단하며 안정된 생활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무릎을 구부리기 힘들 정도의 부상까지 입었으나 금메달을 목에 걸고 마침내 활짝 웃었다.
한편 여자대표팀의 나아름(20ㆍ나주시청)은 사이클 20km 포인트레이스 결승에서 경기 도중 홍콩 선수가 넘어지면서 충돌해 아쉽게 메달의 꿈을 접었다. 나아름은 균형을 잃은 뒤 트랙 바닥으로 떨어졌으나 다행히 부상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