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구 회장이 LIG건설의 재무 상황이 나쁜 사실을 알면서 의도적으로 거액의 CP를 발행하는 데 관여했는지, 또 CP 자금 가운데 일부가 비자금으로 조성됐는지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구 회장 일가가 CP 발행 과정이나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에 주도적으로 개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윤석열 부장검사)는 이날 구 회장을 LIG건설의 재무 상황이 극도로 나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242억2,000만원어치의 CP를 발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소환했다. 구 회장의 두 아들인 구본상(42) LIG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40) LIG건설 전 부사장은 전날 동일한 혐의로 소환돼 19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날 오전9시4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구 회장은 '사기성 CP 발행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들어가서 자세히, 충실하게 임하겠다"고 답했다. 구 회장은 비자금 조성 혹은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조사실로 향했다. 구 회장이 출석할 무렵 LIG건설 CP를 매입했다 투자금을 날린 개인투자자 10여명은 청사 앞에서 "당장 구속 수사를 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구본상 부회장 등은 "CP 발행은 사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다음 보고 받았다"며 고의가 아니었다는 입장이어서 검찰이 이들을 사법처리하기 위해서는 '사전지시' 여부를 밝혀내야만 한다. 이번 사건은 범죄를 방조하거나 증거를 인멸했다는 정황만으로도 처벌되는 다른 범죄와 달리 CP 발행 여부를 사전에 알아야만 사법처리 대상이 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LIG건설이) 발행한 CP 전체에 대해 사기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며 "(기업이) CP를 발행할 수 있으려면 신용등급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분식회계 가능성은 당연히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LIG본사와 LIG넥스원ㆍLIG건설 등 그룹 계열사와 회장 일가의 자택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재무담당 임원 등 관련자에 대한 잇따른 조사를 통해 구 회장 일가가 CP 발행에 시작 단계부터 깊숙이 관여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LIG건설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야 할 재무 상태에 놓여 있으면서도 지난해 2월부터 3월까지 242억여원의 CP를 발행한 혐의로 고발됐다.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기 전 발행한 CP는 총 2,000억원어치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