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중남미의 신뢰 얻으려면


한때 정치 변동은 물론 경제 불안의 대명사였던 중남미지역 국가들이 몇 년 전부터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세계 불황이 엄습한 지난 2009년을 제외하면 2004년부터 지금까지 중남미지역은 연평균 5%대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남미의 신흥국 칠레ㆍ페루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고 세계 매장량의 4분의1 이상이 이곳에 몰린 주요 광물 에너지 자원 개발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韓 기업들 재투자 소극적" 불만 자원도 없고 수출 의존도가 높아 대외여건에 쉽게 휘둘리곤 하는 한국 경제의 구조적 특성을 생각할 때, 신흥시장으로 다시 떠오른 중남미지역은 우리 경제에 중요한 상대다. 중남미지역과의 무역 흑자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지도 이미 오래됐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하강세를 보이면서 중남미지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지만 그래도 아시아 다음으로 활력 있는 시장은 중남미다. 한국이 중남미 시장에서 뿌리를 내렸다고 보기는 이르다. 중남미는 역사적 관계나 지리적 인접성으로 인해 유럽이나 미국 기업들이 선점한 시장이었다. 우리는 일본이 닦아놓은 이미지 덕을 보기도 했다. 우리의 첨단 기술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그러나 요즘 중남미지역 회의에 가보면 이들의 관심이 온통 중국에 쏠려 있음을 볼 수 있어 다시 불안하기만 하다. 우리 정부는 중남미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돌파구로 추진해왔지만 정작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브라질과 멕시코는 우리의 손짓을 외면해왔다. 중남미지역에 대한 장기 진출전략은 그들의 현실적 고민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들에게 우리가 좋은 파트너가 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중남미지역 국가들은 최근의 세계 불황을 보면서 패러다임의 커다란 변화를 겪고 있다. 즉 미국과 유럽으로 쏠렸던 관심을 아시아로 돌리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더 많은 자국 기업들이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해 다국적기업으로 커갈 수 있기를 고대한다. 또한 국가별로 재원이 1차산업에 집중되면서 그나마 남아 있던 제조업의 공동화도 우려한다. 그 와중에 정치적으로는 카리브지역 소국을 제외한 중남미 20개국 가운데 5개국을 빼고는 모두 좌파 정당이 집권하고 있다. 지난주 필자는 멕시코에서 한 좌파 정당의 당수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한국의 기술 진보에 대해 격찬하면서 자국 시장에서 높은 매출 실적을 올리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멕시코의 기술 혁신을 위해 연구소와 대학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짧은 언급은 중남미 많은 나라 정치인들의 시각을 보여준다. 한국은 과연 이들에게 무엇인가. 한국은 과거 그들과 유사한 개발전략을 폈으면서도 성공한 모델을 갖고 있는 나라다. 단순히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상대이며, 어쩌면 단기간의 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약해줄 진정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교류 늘리고 상생의 길 찾아야 요즘 국내외에서는 한국과 중남미 국가 간 경제ㆍ과학기술 분야 협력행사들이 다수 개최되고 있다. 이번주에는 우리 정부와 미주개발은행(IDB)이 주관하는 비즈니스 서밋이 열린다. 일본에 이어 몇 년 전 한국과 중국이 가입하면서부터 3국을 순회하며 열리는 회의로 많은 현지 기업인들이 참여한다. 우리는 이 회의를 통해 얻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기업인들은 방한하는 중남미 기업인들과 전략적 제휴를 할 사업 분야를 발굴하는 데 힘쓰는 것은 물론 이들과 상생의 길을 찾아보려는 진지한 노력으로 신뢰를 쌓을 필요가 있다. 기업인 교류는 우리 정부가 달성하지 못한 멕시코ㆍ브라질과의 FTA 길도 열어줄 가능성을 갖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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