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생활 속 경제] 경쟁과 시장점유율

특정 시점서의 시장점유율은 치열한 경쟁의 결과<br>지배적 사업자 규제는 경쟁 제한 행위<br>경쟁은 끝나지 않는 과정… 점유율 언제든 바뀔수있어<br>과도한 규제, 자원배분 왜곡·소비자 복지 감소등 초래


국내의 한 이동통신 회사가 다른 회사와 합병하면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자 신규 가입자를 못 받게 한 적이 있었다. 물론 50% 이하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합병 허가 조건이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1인 사업자가 50% 이상의 시장을 차지하거나 3인 이하의 사업자가 75% 이상 점유할 경우에는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해 각종 행위를 제한한다. 언론사 한 곳이 신문시장의 30% 이상을 점유하거나 상위 3개사가 60% 이상을 차지할 때 이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신문법)’은 위의 공정거래법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각종 경제 관련 법률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를 경계하는 것은 이러한 사업자들이 경쟁을 저해하고 독점 가격을 매겨 소비자 복지를 낮춘다고 보기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경쟁은 한 시점에서의 상태(狀態ㆍstate)를 나타내는가, 아니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시장과정(market process)인가. 높은 시장점유율은 경쟁의 결과인가, 아니면 경쟁을 저해하는 원인인가. 시장점유율과 경쟁 간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어떤 상업 행위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인지, 아니면 경쟁을 저해하는 것인지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쟁의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지난 9월5일자에 기술한 바와 같이 경쟁은 거래 상대방에게 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경쟁자를 이기려는 대항적 행위다. 그리고 경쟁의 결과 희소한 자원이 적재적소에 배분된다. 이제 경쟁의 의미를 좀 더 깊게 살펴보자. 경쟁은 어느 한 시점에서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상태란 모든 경쟁행위가 끝났거나 경쟁과정 중의 어느 한 시점에서의 상황을 말하는데 특정 시점에서 1인 사업자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50%를 넘는다거나 3인 이하의 사업자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75%를 넘는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특정 시점에서의 시장점유율은 그동안의 경쟁이 낳은 결과이며 시장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그동안 다른 사업자에 비해 효율적으로 경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다른 사업자보다 낮은 가격으로 더 좋은 상품을 공급해 소비자를 만족시켰으며 이는 다른 경쟁자보다 소비자에게 보다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의해야 할 점은 시장점유율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은 변화무쌍하다. 오늘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해 돈을 잘 벌고 승승장구하던 기업이 내일 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세계 기업사를 들여다보면 수많은 기업이 생겼다가 사라졌다. 이는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꾸준히 충족시키지 못하면 언제든지 시장에서 퇴출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비효율적인 기업은 언제든지 더 효율적인 기업으로 대체돼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촉진하는데 이것이 바로 경쟁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다. 이제 경쟁을 한 시점에서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즉 경쟁의 참된 의미는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끝나지 않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한 시점에서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행위를 제한하는 것은 효율적인 사업자를 규제함으로써 경쟁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며 소비자의 욕구를 덜 만족시키는 사업자의 생존을 돕고 결과적으로 자원배분의 왜곡을 초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각종 법률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사업자의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물론 시장점유율이 높은 하나 또는 소수의 사업자가 상업 활동을 하는 이른바 독과점이 정부의 인허가 등의 진입장벽으로 생긴 것이라면 정부 당국자의 자의적 판단과 부정부패 등으로 자원배분을 왜곡하고 소비자 복지를 감소시킨다. 그러나 아무런 진입장벽이 없는 자유시장에서 경쟁 과정을 거쳐 결과적으로 하나 또는 소수의 효율적인 사업자가 남은 경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소비자 복지도 증가하고 자원배분도 왜곡되지 않는다. 더구나 경쟁을 끝나지 않는 과정으로 인식하면 높은 시장점유율은 어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오늘 얻은 ‘효율적’이라는 평판을 반영하는 것이다. 결국 자유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은 경쟁 개념을 잘못 적용한 결과다. 경쟁을 특정 시점에서의 상태로 정의하고 그에 따라 경쟁 정책을 세우는 것은 명백한 오류다. ‘신문법’에 도입하려고 했던 한 언론사가 30% 이상의 시장을 점유하거나 상위 3개사가 60% 이상을 점유하는 경우 행위제한을 하는 것도 경쟁 개념을 잘못 적용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독자들의 자발적 선택에 의한 구독의 결과로 나온 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행위제한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높은 시장점유율은 소비자들에게 다른 경쟁자들보다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소비자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시장점유율이 높은 사업자를 규제하는 데 쉽게 동의하는 이유는 강자에 대한 견제와 약자에 대한 동정심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정서적 이유로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실로 다양한 형태의 시장경쟁을 제한하면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는 것은 가난뿐이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용어설명 ◇정부 진입장벽=정부가 인허가 등의 권한으로 어떤 사업자에게는 특정 사업 또는 행위를 허용하고 다른 사업자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등의 규제 ◇시장점유율=특정 사업자의 매출액, 이동통신 업체의 가입자 수, 신문 구독자 수 등이 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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