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흔들리는 한국의 캐시카우] (1부-3) 진검승부, 품질에 달렸다

"車 기획단계부터 고객 목소리 반영을"<br>정몽구 회장 美서 '현대車=깡통' 비유에 충격<br>품질경영 진두지휘…최근 평가서 상위권 도약<br>차별화 된 제품으로 승부, 도요타 넘어 서야

국산차가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자면 품질 경쟁력을 초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몽구(가운데) 현대차 회장이 지난달 말 현대차 인도공장을 찾아 차량의 품질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흔들리는 한국의 캐시카우] (1부-3) 진검승부, 품질에 달렸다 "車 기획단계부터 고객 목소리 반영을"정몽구 회장 美서 '현대車=깡통' 비유에 충격품질경영 진두지휘…최근 평가서 상위권 도약차별화 된 제품으로 승부, 도요타 넘어 서야 국산차가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자면 품질 경쟁력을 초일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정몽구(가운데) 현대차 회장이 지난달 말 현대차 인도공장을 찾아 차량의 품질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다. 관련기사 • 현대차 컨셉트카 '제네시스' 스케치 공개 • "현대차 'i' 시리즈로 유럽 점유율 2배 높인다" • "싼타페, 현대차 중 가장 뛰어나다" • 씨드, 유럽 판매 호조… 기아차 '예감좋다' • 아반떼-혼다 시빅 안전도 비교해봤더니… • 진검승부, 한국차 품질에 달렸다 • GM "한국 자동차세 맘에 든다" • '1위 도요타' 비결은 발빠른 글로벌화 • "인도 일등 신랑감, 현대 '상토르' 모는 남자" • "기로에 선 '한국 車'… 향후 10년 중대 고배" • 최고 2,000만원! 차값도 '봄 바람' 났네~ • '점잖은 수입차' 시동만 걸면… • 현대·기아차에 유럽이 반했다 • 전기차·수소차… '첨단의 파티' • BMW "유연성·친환경이 비용절감 이끌었다" “(현대차는) 제품기획과 설계ㆍ생산단계부터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라.” 미국의 자동차 품질 연구기관인 JD파워가 일찍이 “소비자들로부터 제대로 평가받고 싶다면 이런 점들을 고쳐야 한다”며 현대차에 제기한 충고다. JD파워는 현대차의 문제에 대해 ▦고질적인 품질 문제는 모델이 바뀌어도 발생한다 ▦대책이 불완전해 상황을 악화시킨다 ▦대당 문제건수가 평균보다 2~3배 높다 ▦협력업체 품질관리가 부족하다는 점 등을 신랄하게 꼬집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하나같이 가슴 아프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얘기였다. 현대차는 이 같은 권고사항을 담은 ‘JD파워의 충고’를 액자에 담아 본사 건물에 걸어놓고 있다. 글로벌 최강의 품질을 갖추겠다는 현대차의 각별한 의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채찍을 보약으로=정몽구 회장은 지난 99년 수출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현대차는 유명 토크쇼에서 ‘바퀴 4개 달린 깡통’으로 비유될 만큼 형편없는 품질로 조롱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출장길에서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JD파워에 자문을 요청하고 ‘품질경영’에 올인했다. 조롱거리로 전락한 현대차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다. 당시 미국의 딜러마저도 현대차에 이구동성으로 품질 좋은 차를 만들어달라고 아우성치던 상황이었다. 당장 현장부터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미세한 차 소음에도 생산라인을 아예 중단시키는가 하면 부품 하나하나를 만드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은 지난해 JD파워의 신차품질만족도(IQS) 조사에서 양산 브랜드 가운데 1위에 올라서는 값진 결실로 돌아왔다. 또 현대차의 투싼과 기아차의 프라이드는 JD파워가 올해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소형 RV’와 ‘소형차 부문’에서 세계 유수의 경쟁 차종을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섰다. 브랜드 평가에서도 포르셰와 렉서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품질만이 살길이다=현대차가 이처럼 품질경영 덕택에 해외시장에서 성장기반을 갖추고 글로벌 메이커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현대차가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일등 품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도요타가 최근 들어 리콜을 잇따라 실시하며 명성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내구성에서 세계 으뜸인 도요타는 자체적인 품질관리 부실로 뒷걸음질치는 형편이다. 자동차공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도요타자동차는 통렬한 반성으로 품질 명성을 되찾겠다고 공언했지만 결과는 소비자들의 기대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는 최근 급격한 품질 개선을 이뤄내고 있는 현대차에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는 경영사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일본 업체와 현격한 품질 격차를 보이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 소비자전문지인 ‘컨슈머리포트’가 최근 내놓은 ‘자동차 내구성 조사’에서 현대차는 7위에 올랐다. 반면 도요타와 혼다가 1ㆍ2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6위까지 일본차 일색이었다. 기아차는 15위에 머물렀다. 다만 컨슈머리포트가 “현대차가 갈수록 일본 차와의 품질 격차를 줄여나가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것은 희망적인 신호다. 자동차에 대한 품질 개선을 일궈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지켜내는 일 역시 현대차가 도전해야 할 목표이다. ◇차별화로 승부해야=“현대차의 불량 허용률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보다 훨씬 낮습니다.” 현대차와 도요타에 부품을 공동으로 납품하는 한 부품업체는 현대차의 품질에 대한 기준이 도요타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토로한다. 현대차의 품질 개선의 배경을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현대차만의 독특한 품질로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이 지난 80년대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점유율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 차의 연비와 내구성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품질에서 도요타에 밀리는 닛산은 도요타보다 엔진의 힘을 높여 미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혼다 역시 엔진 성능을 높여 도요타에 필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중형 세단의 최대 출력이 200마력 언저리인 상황에서 도요타 캠리는 연비와 내구성을 앞세워 시장을 파고 들었다”며 “하지만 닛산의 맥시마는 245마력으로 고출력 엔진을 선호하는 고객을 뚫어 미국시장에 안착한 바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역시 전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된 품질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성능을 내세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 현대모비스 경쟁력은 직서열 방식 모듈화 도입, 현대車 품질 업그레이드 계열사 카스코 합병으로 기술개발 전념 기반 갖춰 일본 미에현에 위치한 세계 2위의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공장의 하루는 어김없이 불량품 보고로 출발한다. 이 공장에서는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 전날 발생한 불량 수준이 어느 정도이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에 대한 사항이 보고서를 빽빽하게 메운다. 현장 엔지니어가 직접 원인부터 대책까지 꼼꼼히 평가한다. 덴소가 도요타에 핵심 부품을 납품하며 글로벌 부품회사로 도약한 비결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도요타의 구매담당 임원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덴소의 품질 경쟁력이 도요타 품질의 근간"이라고 전제한 후 "덴소는 한발 나아가 이미 자동차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갖췄다"고 분석했다. 협력업체가 경쟁력을 키우면서 '형만한 아우'로 성장했다는 얘기다. 글로벌 차 메이커들은 도요타와 덴소의 사례처럼 완성차와 부품업체의 협력이 부쩍 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 보쉬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 등과 손잡고 공동으로 부품 개발에 나서는 등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윈윈 관계'를 맺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들도 이 같은 세계적 추세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지난 2005년 그룹 투자와 사업전략을 수립하는 기획총괄본부에 '부품 계열사를 도요타처럼 수직 계열화하라'며 특명을 내렸다. 세계 최고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도요타 렉서스를 추월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덴소와 같은 세계 최고의 부품회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카스코를 합병한 것도 이처럼 글로벌 품질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그룹 차원의 전략이 깔려 있다. 현대모비스는 카스코 합병을 통해 제동사업 부문을 일원화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포석이다. 현대모비스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 경쟁력의 근간은 현대모비스가 생산하는 모듈의 경쟁력에서 시작된다"며 "현대차의 품질 개선을 위해서라도 현대모비스만이 보유하는 독자적인 기술력 강화에 나서 덴소사에 필적한 만한 부품사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이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직서열방식을 통한 모듈화 작업이다. 이는 지난 99년 말 모듈사업에 진출하면서 도입한 생산방식으로 아반떼XD와 싼타페ㆍ라비타ㆍ투스카니 등의 섀시 모듈과 스펙트라와 크레도스 등의 운전석 모듈 생산의 원천으로 자리잡았다. 직서열방식이란 높은 품질의 다양한 제품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완성차 생산라인에서 제품이 조립되는 시간과 순서에 맞춰 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에서 보낸 차량 정보를 토대로 현대모비스에서 모듈을 생산한 뒤 곧 바로 현대차 공장으로 운반돼 완성차 조립라인에 투입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도요타의 JIT(Just In Time)를 앞지르는 보다 효율적인 생산방식으로 평가하고 있을 정도다. 현대모비스는 맞춤형 부품을 적기에 공급하기 위해 국내외에 거미줄 같은 생산기지와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생산기지의 경우 현재 국내 8개 지역과 해외 5개국에 모듈과 ABSㆍESC 등의 첨단 부품공장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섀시와 운전석의 경우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모듈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베이징과 장쑤 지역에도 각각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 예정이다. 현대ㆍ기아차가 진출한 미국 조지아주와 체코에도 각각 20만대와 30만대 규모의 모듈 공장을 착공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는 자체 개발한 신기술 공법을 바탕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김상범 삼성경제연구소 경영전략실 연구원은 "일본 덴소의 독보적인 기술력은 세계 최강의 기술이자 도요타를 위협할 만한 수준까지 올라섰다"며 "현대모비스가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하자면 덴소의 개발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정상범차장(팀장)·이규진·김현수·김상용기자 ssang@sed.co.kr 입력시간 : 2007/03/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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