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공조 지분 70% 가량을 가진 미국 비스티온이 나머지 지분을 전량 사들여 자진 상장폐지에 나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자 금융투자업계의 시선이 국민연금으로 향하고 있다. 10% 정도의 지분을 보유한 2대 주주라는 측면에서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할지 여부가 비스티온 계획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스티온은 6일 공시를 통해 한라공조 주식 2,670만2,000주(25.01%)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다고 이날 공시했다. 비스티온은 이를 위해 한국 내 자회사인 비스티온 코리아 홀딩스를 통해 한라공조 주식을 주당 2만8,500원에 오는 24일까지 사들이고 한라공조를 상장 폐지시킨다는 계획이다.
비스티온의 공개매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라공조의 주가는 급등했다. 실제로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라공조 주가는 장중 13% 이상 오르는 강세를 보인 끝에 전날보다 11.62%(2,900원) 오른 2만7,8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주식 공개매수가 성공할 지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공개매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참여를 해야 하지만 국민연금 측에서는 “논의 중”이란 말만 되풀이할 뿐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31일 기준 국민연금의 한라공조 지분율은 9.81%(1,047만4,000주)로 최대주주인 VIHI(지분율 69.99%, 7,427만주)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공개매수와 상장폐지는 무산될 수 밖에 없다.
이상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라공조 공개매수의 가장 큰 변수는 국민연금”이라며 “공개매수 물량의 절반 가량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국민연금이 공개매수 응할 지 여부가 비스티온 계획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이 선택의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는 추론도 내놓고 있다. 다른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하고 국민연금만 홀로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경우 득보다는 실이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시장 일부에서는 “시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국민연금이 공개매수나 장외거래 등 어떤 방법으로든 보유 지분을 팔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용수 SK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민연금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다소 한정된 상황”이라며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고 지분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앞으로 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즉 한라공조가 평소 거래량이 많지 않아 앞으로 현재보다 높은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없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국민연금이 배당 수익만 바라보고 지분을 팔지 않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