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종합기계 노조가 전면 매각저지 투쟁을 선언한 후 정부와 채권단은 인수 후보자 중 고용안정성이 높은 업체들에 가산점을 주는 등 노조를 달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채권단은 일괄인수 우대방침을 고수해왔지만 고용조건 항목에 힘이 실릴 경우 두산중공업ㆍ팬택 컨소시엄 등 국내업체보다는 고용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칼라일그룹과 JP모건파트너스 등 외국의 전략적 투자가들의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방산 부문을 국내업체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고용안정을 들어 민수 부문을 외국펀드에 넘길 경우 분리매각이 불가피하게 된다.
입찰참가 회사 가운데 한국업체는 국내에서 동종 또는 관련사업을 하고 있어 대우종기를 인수하면 인력을 감축할 필요가 있지만 외국 참여업체의 경우 국내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적정 수의 인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동안 관측됐던 일괄매각 방식 대신 방산과 민수 부문의 분리매각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26일 “대우종기 노조가 고용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에 인수 후보자 중 최대한 고용을 보장하는 곳에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다른 관계자는 “예비 입찰자 중 고용 부분에서는 외국계 전략적 투자가들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1차 예비입찰에는 ▦일괄인수에 두산중공업, 박병엽(팬택)컨소시엄, 효성 ▦민수 부문에 미국 테렉스, JP모건파트너스, 칼라일(ULDP) ▦방산 부문에 로템, 통일중공업-삼영 컨소시엄, 디자인리미티드, 한화 등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던 미국의 존디어, 독일의 린데, 영국의 JCB, 영안모자, 싱가포르투자청, 휴니드테크놀로지는 입찰을 포기했다.
관계당국과 채권단은 대우종기 예비입찰에 국내외 11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1대 주주인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오는 6월 초 우선협상 대상자(short list)를 선정, 실사기회를 줄 방침이라고 밝혔다.
실사작업과 관련해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노조가 물리적 힘을 계속 행사할 경우 실사작업이 힘들어지고 우선협상 대상자를 상대로 한 실사작업도 불가능해질 수 있다”며 “최근 주가하락과 겹쳐 매각일정이 지연돼 대외 신인도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21일 전면파업 후 22일부터 일부 조업을 재개한 공대위는 실사저지에 대한 원칙론을 재확인하면서도 투쟁 일변도의 자세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안재석 공대위 부지회장은 “실사저지 방침 등은 아직 유효하다”며 “다만 무조건 파업만 강행하기보다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입찰전이 본격화할 경우 고용과 관련해 채권단과 노조측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극적으로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