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통계는 우리 경제가 여전히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3.4%를 기록한 지난해 4ㆍ4분기에 이어 올 1ㆍ4분기 역시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이 -4.3%로 2분기 연속 큰 폭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11년 만에 최악이다. 최근 일각에서 일고 있는 경기 조기회복 기대감은 전혀 근거 없는 낙관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일이기도 하다.
1ㆍ4분기에 우리 경제가 이 정도나마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때문이다. 과감한 금리인하와 통화공급, 정부의 감세 및 재정 조기집행 등 고강도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는 것은 이번 경제위기의 충격이 얼마나 큰지를 짐작하게 한다. 환율도 약세를 보여 경쟁국에 비해 수출감소폭이 작았던 것도 경기하강을 막는 데 도움이 됐다.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잉 유동성이나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들먹이는 것은 성급하다. 심지어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추경 편성규모를 축소하고 긴축론을 펴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한심한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무책임한 발상이다. 실물 부문에서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신호는 어디에도 없다. 실업률 증가 등 고용사정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며 수출과 설비투자ㆍ소비 등 주요 지표들은 여전히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대규모 기업도산이나 금융부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도 불안요인이다. 앞으로 조선ㆍ건설ㆍ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하면 도산하는 기업이 늘고 대량실업 사태가 불가피하다. 고용악화에 따른 소득감소와 소비위축으로 688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높다. 기업과 가계부실의 심화는 금융부실을 초래해 경제는 더욱 수렁에 빠질 것이다.
일부 지표들이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해서 성급한 낙관론을 펴서는 안 된다. 한국은행도 "경제가 최악의 국면을 지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에 대비해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재정집행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금융권과 자산시장에서만 맴돌고 있는 부동자금이 생산자금으로 선순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방안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