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29일(현지시간)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 주관으로 투자자 설명회를 개최하고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위해 처음으로 채권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최근 실적을 발표하면서 1ㆍ4분기 순이익이 95억달러로 지난해 1ㆍ4분기에 비해 21억달러 줄었다고 밝혀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를 의식한 애플은 1,450억달러에 달하는 보유현금을 활용해 6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포함해 1,000억달러를 주주에 환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사상 최고치에 비해 40%가량 떨어진 주가에 실망한 주주 달래기 차원이다.
하지만 미국 애플 본사의 가용 현금은 450억달러에 그치고 나머지는 해외에서 보유하고 있는 상태. 이에 따라 애플은 주주 환원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리서치 기업인 크레디트사이트는 앞으로 3년간 애플이 150억~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애플이 가용 현금을 활용해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부정적 평가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국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피치는 이날 "엄청난 현금 유동성 매력보다는 내재된 사업 리스크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애플의 신용등급을 'A'그룹 상단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Aa1'과 'AA+'를 제시한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비해 3단계 정도 낮은 것이다.
피치는 IT산업의 치열한 경쟁과 급속한 기술적 변화로 몰락한 소니ㆍ노키아ㆍ모토롤라 등을 거론하며 애플 역시 엄청난 사업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아직 애플에 대해 공식적인 신용등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영리 리서치 기관인 인터내셔널스태티스티컬인스티튜트(ISI)의 브라이언 마셜은 CNBC의 '스쿼크온더스트리트' 프로그램에 출연해 "텍스팅에 용이한 큰 화면에 매력을 느껴 아이폰을 갤럭시S4로 바꾸려 하다가 고민 끝에 애플의 에코 시스템 때문에 포기했다"면서 "휴대폰 분야에서 애플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자들 역시 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투자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지만 아직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도 애플 두들기기에 동참했다. 블랙록에서 '플렉서블에쿼티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팀 키프는 구글과 애플을 비교해 애플의 경쟁환경이 훨씬 더 치열하다고 지적하고 자신의 펀드는 애플의 주식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키프는 "유튜브 등을 보유한 구글의 사업환경이 애플에 비해 훨씬 더 낫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