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여야의원들 정치후원금 희비

1,004원=격려·지지, 18원=욕설·테러<br>野의원에 1,004원 보내 '천사'의 뜻 전달<br>'쇠고기' 불만 네티즌들 與일부의원엔 반감<br>"악의적 표현은 소신있는 정치활동 위축" 지적


여야의원들 정치후원금 희비 1,004원=격려·지지, 18원=욕설·테러野의원에 1,004원 보내 '천사'의 뜻 전달'쇠고기' 불만 네티즌들 與일부의원엔 반감"악의적 표현은 소신있는 정치활동 위축" 지적 민병권 기자 newswroom@sed.co.kr 조경태 통합민주당 의원은 요즘 보좌관으로부터 후원계좌 보고를 받을 때면 절로 흥이 난다. 큰 돈이 들어와서가 아니다. 팬들이 보낸 1,004원의 소액 후원금이 그를 흐뭇하게 한다. 1,004원은 ‘당신은 국민의 천사’라는 뜻이란다. 일부 지지자들은 한자리를 더해 1만4원(10,004)을 보낸다고도 한다. 반면 여당의 유명인사인 H, S의원측은 ‘후원금 테러’를 받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최근 일부 시민들이 이들 의원들에게 욕설 의미인 18원을 집단적으로 송금한 것이다. 후원금 통장을 들여다 보니 그 중에는 아예 ‘X팔’이라는 욕설을 송금자명으로 찍어 보낸 이도 있다. S의원의 경우는 피해가 심해 18원 입금자가 수백명에 이른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쇠고기문제에 불만을 갖고 있는 일부 네티즌들이 인터넷을 돌며 조직적으로 여론을 모은 뒤 일부 의원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정치후원금제도가 1,004원과 18원 사이에서 갈림길에 섰다. 한편에선 국회의원을 격려해 의정활동에 전념하도록 하자는 본래의 취지를 살려 성숙한 문화가 싹 트고 있는 반면, 다른 한 켠에선 자신과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의원에게 이지매(집단적 괴롭힘)를 가하는 퇴행적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1,004원의 후원금이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조 의원측은 “그동안 소액 후원금은 정치인 격려보다는 주로 10만원의 세액 공제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 온 것이 사실인데 1,004원, 1만4원 후원금 운동은 시민들이 자신의 이해를 떠나 순수한 자발적 지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정치문화의 발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18원 후원금의 피해는 유권자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국회의원들의 소신 있는 정치활동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S의원측은 “후원금을 보내주신 분들께는 영수증을 발행해 보내야 하는 데 영수증지와 배송비를 포함한 금액이 등기우편의 경우 약 1,800원, 일반 우편일 경우 약 500원에 달한다”며 “국가와 선의의 후원자들로 받은 돈을 악의적 후원금 처리 비용으로 날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 일각에선 정치후원금에 1,000원, 5,000원씩의 하한선을 두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또 18원처럼 유통되지 않는 화폐를 악의적 표현과 함께 보내는 등 명예훼손 의도가 명백한 경우 당국이 실명을 추적해 공개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는 여론 역풍과 행정적 비용을 초래할 뿐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에게 불만이 있다고 악의적이고 모욕적인 후원 행위를 하는 것은 민주 시민으로서 바람직 하지 않지만 이에 대해 일일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성숙한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유권자들에 대해서도 “자신과 입장이 다른 정치인이 있다면 그의 홈페이지나 사무실에 이메일이나 우편을 보내 떳떳하고 합리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게 선진화된 자세”라는 조언도 곁들였다. 최근 일부 극우성향 유권자들로부터 시달림을 받고 있는 야권의 K의원측은 “전화로 욕설을 퍼붓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항의하러 사무실로 찾아오시는 유권자들도 있지만 모두 소중한 국민의 목소리라고 생각해 겸허히 듣고 있다”며 “정치권도 악의적 유권자 운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자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