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대부분의 대학이 졸업식을 가졌다. 하지만 졸업생 사이에서도 명암이 갈려 취업에 성공한 학생이 있는가 하면, 아직 구직 중인 졸업생도 있다. 취업에 골인한 졸업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구직자들이 중요시하는 이른바 ‘스펙’은 취업 성패를 크게 좌우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스펙(Specification)이란 학력, 학점, 토익점수, 해외연수 유무 등 구직자의 수준과 위치를 나타내는 외적 요건의 총체를 흔히 일컫는 말이다. 인크루트는 최근 올해 4년제 대학 졸업자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325명과 아직 취업하지 못한 910명 등 총 1,235명을 대상으로 취업자와 미취업자 간 ‘스펙’ 차이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학점ㆍ토익점수ㆍ어학연수 경험ㆍ자격증수 등 ‘스펙’은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점은 취업ㆍ미취업 졸업생 모두 평균 3.5점(4.5점 만점 기준)을 받은 것으로 집계돼 차이가 전혀 없었다. 자격증 보유수 역시 취업 졸업생, 미취업 졸업생 모두 평균 2.1개로 똑같았다. 해외 어학연수를 다녀온 비율도 취업 졸업생이 25.2%, 미취업 졸업생이 24.8%로 나타나 어학연수 경험이 더 이상 취업을 빨리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지 않았다. 각종 대회나 공모전에 입상한 비율도 취업 졸업생이 20.3%로 미취업 졸업생(17.4%)보다 조금 높았을 뿐 의미 있는 차이는 아니었다. 공인 영어성적 역시 취업 졸업생 중 토익점수가 아예 없는 졸업생이 45.2%로 미취업 졸업생의 49.0%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흔히 취업에 필수조건이라고 여겨지는 토익점수가 채용에 결정적인 조건이 아니란 사실이 밝혀진 셈. 또 면접에서 실제 회화능력을 측정하는 경향이 높아져 토익과 같은 영어점수의 가중치가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취업에 성공한 졸업생 325명이 취업한 기업규모 및 형태별로도 스펙 차이를 살펴본 결과, 여기서도 큰 차이점은 발견하기 어려웠다. 학점, 자격증수가 거의 비슷하게 집계됐고 인턴경험, 공모전 등의 입상경력도 뚜렷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 취업한 졸업생일수록 공인 어학성적표를 보유한 비율과 어학점수가 다른 취업자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인턴경험은 여러 스펙 중 취업자와 미취업자 간 가장 격차가 커 눈길을 끌었다. 취업과 미취업 졸업생 사이에 약 7% 포인트의 차이가 났다. 취업 졸업생의 22.8%가 인턴사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었던 반면, 미취업 졸업생은 16%만이 인턴 경험이 있었다. 이는 기업이 입사 후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비수도권의 대학 졸업생보다는 수도권 소재 대학 졸업생의 취업성공률이 10.8%포인트 높은 것으로 조사돼 지방대생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됐다. 취업 졸업생은 취업할 때까지 약 28회 가량 이력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취업 졸업생의 평균 지원횟수 22회보다 6회 정도 많아 취업 졸업생이 결코 쉽게 취업한 것은 아니란 사실을 나타냈다. 또 취업 졸업생은 취업할 때까지 약 4.5회 가량의 면접을 거쳤다. 미취업 졸업생이 2.7회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약 2배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학점, 자격증 등 외적조건이 채용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줄고 있다”며 “인성,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자기소개서나 면접이 채용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구직자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