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 추상미술의 거목을 만나다

백수 맞은 한묵 화백 10년 만에 개인전<br>90년대 그린 미발표작 등 40여점 선봬

1954년작 '흰 그림' /사진제공=갤러리현대

1987년작 '동방의 별들' 사진제공=갤러리현대

한국 추상미술의 거목이자 올해로 백수(白壽ㆍ99세)를 맞은 한묵(韓默) 화백이 10년 만에 신사동 갤러리현대 강남점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의 마지막 국내 개인전은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전'이었다. 이번 전시는 오랜만에 열리는 대규모 국내 전시인 동시에 1961년 파리로 건너간 작가의 도불(渡佛) 5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다. 그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40여 점의 대표작과 그간 한번도 공개된 적 없는 미발표작 4점을 함께 선보였다.

한국 미술사의 산 증인인 한묵 화백은 국내에서 추상미술을 개척한 1세대 작가로서 이중섭, 김환기, 유영국 등과 교류하며 국내에 서구 모더니즘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인물이다. 먼저 세상을 등진 그의 동료들은 그림값 면에서는 국내 미술시장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블루칩 작가들이다.


그의 1950년대 작품들은 '전쟁의 단상'을 주제로 구체적인 자연물에서 출발해 대상을 단순화ㆍ해체시켜 추상화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1952년에 3ㆍ1절을 기념해 종군화가 미술전에 출품했으며, 그 해에 장욱진ㆍ송혜수와 함께 '종군 스케치 3인전'을 갖기도 했다. 또 1955년부터 56년까지는 정릉에서 이중섭과 함께 생활하며 예술적으로 교류했다. 1958년에 월간지 '신태양'의 표지로 낸 작품 '흰 그림'(1954년 작)은 텅 빈 백자 사발을 앞에 두고 번뇌에 빠진 사람을 통해 시대의 아픔을 투영해 화제를 낳았다.

이후 안정된 홍익대 미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프랑스로 떠난 작가는 파리의 새로운 환경 속에서 색채와 형태, 마티에르(질감)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1969년 인류의 달 착륙을 계기로 작가는 2차원 평면의 제약에서 벗어나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4차원의 공간감을 구현하고자 애썼다. 경쾌한 '빛과 리듬'의 표현을 통해 우주적인 광활한 공간감을 화면에 담아낸 이 시기 작품들은 한묵 예술의 결정체로 평가된다. 이어 80년대 중반 이후에는 꼴라주 작업인 '성좌의 여로'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휴지를 이용한 작품은 한지(韓紙)같은 효과를 냈으며 묵(墨)을 도입한 화면은 작가의 동양성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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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그린 미발표작들은 반복적인 곡선과 기하학적 문양이 세련미와 공간감, 운동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유교적 엄격함, 활달함과 미래성까지 응축하고 있다.

다작(多作)보다는 수작(秀作)에 집중해 살면서 유화는 300여 점 정도만 그렸다. 자신의 전체 작품 중 100여 점을 수록한 생애 첫 화집이 이번 전시에 맞춰 마로니에북스에서 출간되기도 했다. 전시는 9월16일까지. (02)519-0800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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