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 차원 2·3중안전장치 마련
아직 예금 못 찾아간 사람은 없어 부실 지역금고 등 과감히 통폐합
'체크카드' 독자적 사업으로 전환
질 높은 서비스 제공도 적극추진 "올해 자산 100조원 시대를 펼쳐 보이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새마을금고 본연의 역할과 기능인 서민금융을 더 강화해나가겠습니다." 올해 창립 48주년을 맞는 새마을금고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동안 어느새 자산규모 100조원을 육박, 4대 금융지주와 어깨를 견줄 정도가 됐다. 지난해 지역 금고와 중앙회의 순이익은 1조원을 돌파했다. 오는 15일 최임 1주년을 맞는 신종백(62ㆍ사진) 새마을금고연합회장을 만나 최근 금융계를 강타한 저축은행 영업정지의 충격, 새마을금고의 전략과 비전 등등을 들어보았다. "지금까지 새마을금고 회원들 가운데 예금을 찾아가지 못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가 새마을금고에 영향을 주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신 회장의 단순 명쾌한 답변이다. 공적자금을 한 푼도 받지 않았을 정도로 자체 기금이 충분하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새마을금고는 지역단위 금고가 파산하더라도 중앙회 차원의 기금과 예치금 등으로 2중ㆍ3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5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는데 새마을금고는 '마을사람들의 모임' 같은 이미지를 아직도 변화시키지 않은 것 같다고 화두를 내놓았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그 이미지가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새마을금고가 지역민과 서민들을 위한 금융기관이라는 기본 취지에 보다 충실해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세류에 빨리 적응하기보다 새마을금고만의 영역을 서서히 굳혀가면서 리스크를 최소화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되는 덕목이라는 설명이다. 안전 최우선을 기반으로 회원들에게 보다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해주기 위해 신 회장이 선택한 전략은 지역단위 금고의 구조조정. "적정한 숫자의 지역금고가 활동하면서도 회원들에게 조금 더 높은 금리의 상품을 제공할 수 있으려면 군살을 제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난 1년간 중복되는 지역금고 26곳을 통합해 비용을 줄였지요. 자산 규모별, 지역별 차별화된 경영지도로 경쟁력 있는 금고는 적극 육성할 것입니다. 하지만 부실이 예상되는 금고는 앞으로도 과감히 통폐합할 것입니다. 이것이 새마을금고의 생존능력을 보다 강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신 회장은 취임 직후 각 지역금고를 관리하는 이사장들에게 중앙회의 새로운 경영방안을 설명하고 발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반년 동안 전국을 세 차례나 돌며 금고조직을 혁신하자고 설득했단다. "한 번 전국 지역금고들을 찾아 나서면 2개월가량이 소요됩니다. 그렇게 한 3번 전국을 돌았더니 집에서보다 밖에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더군요." 구조조정은 어떤 상황에서든 반발이 없을 수 없다. 지역단위 금고들을 통폐합한다는 것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이에 대해 "(일부의 희생은 피할 수 없지만) 다들 변화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반발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취임 후 공을 들인 또 다른 사안은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법이나 제도의 개선. 어떤 성과들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지난해 새마을금고법과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해 새마을금고가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인 기틀을 마련했다"며 "내부적으로는 엠지자산관리를 설립하는 등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조그마한 길을 열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고 설명했다. 새마을금고의 올해 모토는 '금융 네트워크를 통한 행복희망공동체 구현'이다. 순이익 목표는 금고와 연합회를 모두 합해 5,500억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 1조원 돌파와 비교했을 때 너무 적은 수준 아니냐는 질문에 신 회장은 "리스크 관리 기법과 새로운 전산 시스템 개발 등에 투입되는 비용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여 순익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새마을금고는 그동안 전국 3,200여개에 달하는 점포망을 운영했지만 전산 시스템이 지역으로 분산돼 있어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전산사고에 취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따라서 올해에는 지난해 완료한 '새마을금고 정보통합 시스템'을 활용해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서민지원대출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서민지원을 현재보다 더 늘리겠다는 그의 답변에 재원마련과 운용이 궁금해졌다. 신 회장은 "새마을금고는 태생적으로 이익을 조금 덜 보더라도 서민금융기관으로 서민들을 위한 금융지원을 피할 수 없는 사명을 지고 있다"며 "재원마련이 벅찬 상황이기는 하지만 신사업 발굴과 확대 등으로 이익의 질을 높인다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해 새마을금고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종 제도개선과 신 사업 추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제도개선에는 서민신용보증기금의 설립과 펀드판매 인가 등을 포함하고 있다. 우선 서민신용보증기금 설립은 서민금융기관으로서 새마을금고의 역할을 확대ㆍ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새마을금고 등을 통해 신용보증을 받은 대출자들이 다른 금융기관이 아닌 새마을금고에서만 보증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운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신 회장은 "이러한 제도가 자리잡으면 대출금리도 더 인하할 수 있다"며 "은행 등 1금융권에서 사실상 대출을 거절당한 저소득ㆍ저신용계층에 대한 서민금융 지원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신 회장은 새로운 영업 분야에도 눈길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체크카드 사업이다. 그동안 카드사와의 제휴를 통해 발급하고 있는 체크카드 사업을 새마을금고 독자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1,600만 새마을금고 거래자를 대상으로 체크카드 발급을 추진할 예정이므로 연 평균 30% 이상 성장 중인 체크카드 시장의 상황을 고려할 때 신 회장이 체크카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울러 현재 15% 수준인 전자금융 서비스 가입자 수를 확대하는 방안도 올해 주요 사업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상품개발을 위해 인력도 보강했다. 지난달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예금 및 대출 신상품 개발을 전담할 별도의 '상품개발팀'을 구성하고 전문인력 등을 증원했다. 예금ㆍ대출ㆍ공제(보험) 등 다양한 금융 신상품을 개발해 각 지역의 주민에게 특화된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100조원의 자산규모로 성장한 만큼 인수합병(M&A)이나 새로운 투자처 발굴을 통한 수익 모델 개발에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는 "아침저녁으로 고민"이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주식 등 유가증권 투자는 리스크가 크고 부동산 투자 역시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여주듯 문제 발생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M&A에 투자하고 싶어도 투자제한이 엄격해 운신의 폭이 좁다고 설명한다. 신 회장은 부실 금고를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시켜 경영능력을 높이 평가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소신과 능력을 기반으로 한 새마을금고의 경영혁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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