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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바둑 영웅전] 조그맣게 살려 준다

제7보 (82~100)



이세돌의 백82가 다시 한번 검토진들을 놀라게 했다. "무슨 뜻일까요. 일종의 허허실실 전법 같기는 한데 의도를 잘 모르겠네요."(홍민표) "목을 콱 조여붙이면 대번에 끊어질 것 같은데 왜 이런 행마를 한 것인지 알 수가 없네."(윤현석) 과연 구리는 대번에 목을 조였다. 흑83이 그것이었다. 이 수를 당해서는 일단 좌우의 백이 절단된 모습이다. 홍민표가 타이젬에 참고도1을 올렸다. "이런 식으로 중원에 큰 세력권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만 좀 허황된 작전 같습니다."(홍민표) 이세돌은 홍민표가 말한 길로 가지 않았다. 그는 우변의 백을 살리는 방책을 이미 보아놓고 있었다. 백84로 붙인 이 수가 그의 준비된 해법이었다. "호오. 흑이 응수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군요."(윤현석) 만약 흑이 참고도2의 흑1로 젖히면 백은 2로 끊고 백4 이하 8로 처리할 것이다. 이 결과는 흑의 불만이다. 그렇다면 흑이 85로 86의 자리에 쌍립을 하면 백은 85의 자리에 꽉 이어서 둘 것이다. 그것 역시 흑의 불만이다. 또 하나 흑이 생각할 수 있는 강경책이 있다. 실전보의 흑85로 아예 89의 자리에 젖혀서 싸우는 길이다. 그것이면 천지대패가 나는데 사실은 흑이 그 길로 갔어도 흑이 퍽 유망한 바둑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구리는 형세를 낙관하고 있었으므로 가장 간명한 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흑85로 두고 계속해서 흑89 이하 95로 백을 조그맣게 살려주는 것이었다. 우변에서 선수를 뽑은 구리는 흑97로 붙여갔다. "욕심도 많군. 거기까지 쳐들어가나?"(윤현석) "의외로 만만치가 않아요. 백이 응수하기가 아주 거북합니다."(홍민표) 그 방면의 백진이 깨진다면 백은 집다운 집이 없다. 과연 이 공방전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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