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사태’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첫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두 사람의 주장이 법정 첫 공방전에서부터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판결 결과가 주목된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김시철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첫 공판에서 신 전 사장 변호인은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지급하는 경영자문료를 빌미로 공금에 손댔다는 사실이 없으며 금강산랜드와 투모로에 부당대출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또한 “해당 대출을 승인한 시기는 은행권에서 영업경쟁이 극심한 시기였다”면서 “따라서 신 전 사장의 지시나 관여가 아닌 일산지점의 적극적 영업활동에 의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신 전 사장도 “40년 간 근면하게 은행원을 천직으로 살아온 제가 이 자리에 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운을 뗀 후 “경영자문료 집행은 관계자 입회 아래서 투명하게 처리됐고, 이번 소송은 경영권에 집착한 소수가 제기한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께 법정에 선 이 전 행장도 ‘신 전 사장과 공모해 3억원의 자문료를 횡령하고 재일교포 주주 김모씨에게서 5억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이 전 행장의 대리인은 “횡령한 자문료로 만들었다는 비자금 3억원은 신 전 사장과 당시 비서실이 관리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정했다. 이어 “교포 주주로부터 받은 5억원은 신한은행을 대표해 받았고 주신 분의 뜻에 따라 사용하기 위해 1년 넘도록 그대로 보관했다”며 “교포 김씨는 유력고객으로서 은행에 청탁을 넣을 입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전 행장은 “전 은행장으로서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면서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신한의 정기를 다시 세우기 위해 나선 저에게 가해진 반대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동의하지 않은 증거목록을 총 23권 분량으로 정리해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 문건에는 3억 비자금을 전달하는 과정에 참여한 직원들의 진술과 녹취록, 계좌추적 자료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은 신 전 사장이 438억원을 부당 대출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으로 기소했다. 이 전 행장은 2008년 2월 신 전 사장이 자문료 명목으로 조성한 비자금 15억여원 가운데 3억원을 현금으로 빼돌려 쓰고, 지난해 4월 재일교포 주주 1명에게서 5억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법정에 섰다. 다음 재판은 오는 4월 1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