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기업하기 좋은 따뜻한 세상

최요삼 선수의 죽음은 온국민을 슬픔에 빠뜨렸다. 이제 34세에 불과한 젊은이의 죽음도 허망했지만 사후에 공개된 그의 일기는 그를 떠나보내는 우리를 더욱 안타깝고 힘들게 만들었다. 그는 고백했다. ‘권투가 싫다, 맞는 게 두렵다.’ 그토록 강인했던 프로권투 세계챔피언의 고백치고는 의외였지만 권투선수로서 느끼는 좌절, 한국 권투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했던 모습이 고스란히 그 한 문장에 담겨져 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수 없이 받으면서도 챔피언에 재도전했던 이유는 우리 모두를 죄인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어려울 때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권투를 통해서라도 보답하고 싶었다’는 그 애절한 이유. 동병상련이랄까. 최 선수의 ‘두렵고 외로운’ 소회가 왠지 남의 얘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해 일해오면서 항상 마음 한구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떨칠 수 없었던 개인적 소회 때문이었다. 사실 기업경영자는 권투선수와 다를 바 없다. 최고경영자의 겉모습은 휘황찬란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고 사각의 링 위에 올라선 유명 선수처럼 선망의 대상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전혀 다를 수 있다. 경영자는 국내는 물론 외국의 쟁쟁한 경쟁 상대들과 진검 승부를 앞두고 항상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을 가진 외로운 전사다.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혼자 내려야 하고 그에 따른 결과에도 온몸으로 무한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날로 힘들어지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악전고투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처지는 더욱 그렇다. 제품 생산하랴, 수주하랴, 수금하랴, 자금 조달하랴, 기술 개발하랴 국내외로 이리 뛰고 저리 뛰다 보면 하루 24시간이 짧고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이다. 경영도 일종의 종합예술인지라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는 날에는 기업의 생은 마감되고 만다. 이렇듯 힘든 사투를 이어가는 이 땅의 중소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의 뿌리이자 산업의 혈맥이라는 화려한 찬사가 아니다. 기업을 힘들게 하는 각종 규제를 없애주고 따뜻한 격려와 위로로 이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덜어줘야 한다. 최요삼 선수도 찬사보다는 격려와 위로를 주는 세상을 원했다. ‘기업하기 좋은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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