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3월7일] 버뱅크

“길가에 버려진 넝쿨장미를 주웠다. 말라 비틀어진 줄기를 조심스레 옮겨 심고 말을 걸었다. “얼마나 아프니?”. 화합이라도 하듯 조금씩 살아난 장미가 어느날 환하게 웃었다.” 식물종자 개량의 선구자인 루터 버뱅크가 남긴 기록의 일부다. 1849년 3월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에서 15남매 중 13번째로 태어난 버뱅크는 어릴 적부터 식물 키우기를 좋아했다. 다른 형제들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다니면서도 17에이커의 땅에 감자를 키웠다. 그가 본격적으로 식물연구에 착수한 것은 21세 무렵. 찰스 다윈의 저서 ‘사육동식물의 변이’가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1926년 77세를 일기로 사망할 때까지 버뱅크는 100여종의 과실수와 20여종의 장미, 30여종이 넘는 채소와 곡물, 100여종의 관상용 꽃과 묘목을 선보였다. 가시 없는 선인장 ‘샤스타 데이지’도 만들어냈다. 그는 수없는 잡종교배와 인위도태 실험을 통해 인간의 노력으로 변형된 형질이 유전으로 전해진다는 사실을 규명해냈다. 버뱅크가 문을 연 원예산업의 규모는 미국만 220억달러(2003년 기준)에 달한다. 버뱅크는 정규 과학교육은 물론 대학을 나오지도 않았고 멘델의 법칙조차 몰랐지만 20세기 최고의 식물연구자로 꼽힌다. 끊임없는 노력 덕분이다. 웹스터 사전에 버뱅크는 ‘좋은 형질을 택하고 나쁜 형질을 제거해 제도나 방법 따위를 개선한다는 비유적 의미’로 나와 있다. 햄버거와 곁들여 먹는 길쭉한 감자튀김의 재료인 러셋 버뱅크종도 그의 작품이다. 1871년 이 품종을 개발한 버뱅크는 ‘배고픈 사람이 줄게 돼 다행’이라며 아무런 대가 없이 종자를 보급했다. 알이 굵고 길이가 길며 저온에도 강한 러셋 버뱅크종은 전세계 감자 생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권홍우ㆍ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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