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2월 10일] 美 '빅3'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미국 의회가 파산위기에 빠진 미국 자동차 회사, 소위 ‘빅3(Big Three)’인 GMㆍ포드ㆍ크라이슬러에 대해 1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구제금융 여부를 심의하는 상원 청문회에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참석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하드브리드 자동차를 타고 워싱턴에 온 빅3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생존을 위해 구걸을 해야 하는 초라한 ‘스몰3(Small Three)’로 전락, 한때 세계를 호령하던 빅3의 추락한 위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이 되는 GM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 1위 자리를 경쟁 업체인 일본의 도요타에 내줬고 지난해에 1,81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387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는 등 지난 2005년부터 내리 적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車 시장서 경쟁우위 굳힐 기회 포드의 자금사정은 그래도 나은 편이지만 크라이슬러는 악화된 경영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한때 GM과의 합병이 논의되기도 했다. 릭 왜고너 GM 회장은 미국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가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에 있으며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의해 벼랑까지 밀려 여기에 나온 것”이라며 긴급지원을 적극적으로 호소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냉담했다. 미국 상하원의 빅3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에는 지난달 미국의 실직자 수가 34년 만의 최악 수준인 53만3,000명, 그리고 실업률이 9ㆍ11사태 이후 최고인 6.7%로 치솟았다는 미국 노동부의 발표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기로 촉발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미국 국민총생산(GNP)의 5%에 달하는 미국 자동차산업의 몰락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산업의 고전에 대해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업체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 자동차회사에 대한 경쟁우위를 확실히 굳힐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자동차회사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우리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연한 생산체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세계 자동차시장의 수요가 중대형에서 소형으로 바뀌는 것은 우리에게 좋은 소식이나 시장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조의 동의를 얻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공장 간 생산물량 재배치, 근로자의 배치전환, 혼류생산 등을 노조와 합의해야 하고 노사합의가 된 후에도 노노갈등으로 실행이 종종 무산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 기아자동차의 노사가 유연한 생산체계 구축에 합의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리나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도 확산돼야 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 현대차 등 자동차회사의 CEO 등 경영진이 종업원들에게 회사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도외시하고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착해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매년 천문학적인 경영적자에도 불구하고 노조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면서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아가는 미국 자동차회사의 CEO들과 다를 바가 없다. 유연한 생산체계·노사관계 필요 이탈리아 피아트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회장이 향후 세계 자동차회사 가운데 단 6개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듯 세계 자동차산업은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1, 2차 세계대전의 주요 참전국(승전국이든 패전국이든)이 아닌 나라 중 국적 자동차회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도 현재 상황이 좋지 않아 정부가 감세 등의 지원책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지원만으로는 격변하는 경영환경을 헤쳐나갈 수 없다. 자동차회사의 노사, 그리고 전종업원들이 합심해 이번 위기를 비상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결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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