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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최근 정책을 보고 있으면 행정조직이라기보다는 정당이라는 착각마저 듭니다." "사업을 중단시키거나 보류시키면 대안이라도 제시해야 할 것 아닙니까."
뉴타운ㆍ재개발과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 대한 서울시의 잇따른 정책적 개입으로 부동산시장이 방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말 내놓은 뉴타운 출구전략에 이어 용산국제업무지 내 서부이촌동, 강남권 재건축까지 잇따라 제동을 걸고 있지만 정작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어 '무책임한 정치적 행보'라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소수ㆍ세입자 중심 대책에 재산권 보호는 모르쇠=시의 '뉴타운ㆍ정비사업 신정책 구상'에는 재개발구역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자격'에 관계없이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 방안에서 정작 토지ㆍ주택 소유주의 재산권에 대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자격 세입자에게 거주할 주택은 결국 조합이 지어서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개별 조합원들의 비용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정비구역 해제로 토지ㆍ주택 소유주들이 입게 될 손실도 문제다.
한 정비구역의 조합원은 "강남권 재건축과는 달리 뉴타운 투자자는 대부분 내 집 마련을 위한 서민"이라며 "사업이 중단되면 그 꿈을 접어야 할 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을 가꾸기 사업이 대안?=시가 정비구역 해제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 '소규모 주거재생사업 방식'도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다. 공공이 기반시설을 지원한다 하더라도 뉴타운구역 투자자 비율이 많게는 80%가 넘는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거주하지도 않을 집을 고치겠냐는 것이다. 오히려 재개발이 무산될 경우 개별 토지ㆍ주택 소유주에 의한 무분별한 고밀개발로 난개발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대표는 "재개발이 무산되면 투자자들은 어떻게든 이를 회복하기 위해 개발행위에 나설 것"이라며 "노후도는 낮아지고 밀도는 높아져 사업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 "소규모 정비사업과 마을 가꾸기 등은 전체적인 주거환경 악화 우려가 있어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성' 내세운 무리한 요구에 시장은 패닉=재개발 못지않게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것은 강남권 재건축에 대한 시의 과도한 개입이다.
특히 최근 개포지구 일대 재건축 추진단지에 대한 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소형주택 추가 건립 요구는 도를 넘은 게 아니냐는 것이 시장의 반응이다.
개포지구 내 A공인의 한 관계자는 "시의 요구는 보완을 넘어 아예 사업의 새 틀을 짜라는 것"이라며 "시가 만든 조례규정만 믿었던 주민들에게는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공급은 어떻게?=유지ㆍ보수 위주의 도시정비사업 정책이 가진 또 다른 문제는 수급불균형이다.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서울시내 주택공급의 50~70%를 차지하고 있는 재개발ㆍ재건축이 장기 표류할 경우 이를 대체할 공급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개발ㆍ재건축은 양적인 주택공급 확대는 물론 노후주택에 대한 대체주택 공급의 역할도 맡고 있다"며 "사업이 멈출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집값을 부추기는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