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 규제보다 육성필요

지난해 기준으로 신용카드 거래금액이 연간 680조원에 이르고, 우리나라의 성인 대부분이 신용카드 한두 장은 누구나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신용카드 산업은 경이적인 성장을 이룩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가계부채의 급증과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연체율 증가와 신용불량자 증가는 사회적 불안으로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신용불량자 300만이라는 커다란 글자는 우리를 매우 우울하게 만들지만, 이 같이 갑작스러운 신용불량자 증가는 IMF이후 우리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위주의 영업 치중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기업자금 수요가 급감하는 대신 금융회사들이 가계대출 영업을 강화하였고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 하에서 주택관련대출도 급증하였다. 소비 진작이나 상거래의 투명성 확보를 통한 세수증대를 위하여 정부가 실시한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나 소득공제 제도 등은 신용카드 사용 활성화를 위한 모멘텀이 되었으며 카드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합하여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이용액도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수출 및 시설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가계대출의 증가는 그 동안 가계소비 및 국내 건설투자의 확대 등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회복에 상당부분 기여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업금융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던 자금공급 경로가 가계금융 부문까지 확대되어 새로운 수익원이 창출되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비해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과도하게 증가함으로 인하여 최근의 경기 침체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급격히 저하하고 연체율이 급증하게 됨에 따라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로 인하여 신용불량자가 대규모로 양산됨과 동시에, 특히 SK글로벌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카드업계 유동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침으로 카드채 문제등이 여전히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신용카드 산업의 수익구조가 근본적으로 악화된 것도 아니고, 연체율이 증가하고 있다고는 하나 갑자기 카드사의 대거 부실이 발생한 것도 아니므로 카드산업의 펀더멘털(fundamental)은 아직 건재하다고 생각되며 업계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끊임없는 자구노력으로 하반기부터는 업계가 안정을 되찾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문제는 늘어나는 연체율이나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여야만 금융시장이 안정을 회복하고, 우리 카드업계도 하루빨리 적정 수익을 창출하는 건전한 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대책을 세우더라도 신용카드사의 건전한 영업관행이 정착되어 과거와 같은 시장선점을 위한 지나친 경쟁위주의 영업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며, 다른 하나는 장기적으로 신용불량자들이 자신의 변제능력을 초과한 지출을 한 것과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교훈을 줄 수 있고, 우리 사회가 자기행동에 대한 자기 책임을 강조하는 신용사회에 기본을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심어줄 수 있는 대책이어야 하겠다. 신용불량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연체대금을 장기대출로 전환해 주는 대환대출 제도를 확대하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는 카드사들의 과도한 대손충당금 적립률 기준을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에서 각 개인 스스로 소비생활을 합리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신용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교육 및 홍보를 통해 신용사회에서 신용이 높은 자가 누리는 혜택과 신용불량자로 등록될 경우 받게 되는 사회적 불이익을 정확히 인지시킴으로써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연체를 무서워하지 않는 모럴 해저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의 지원이 요구된다. 현재 각 금융기관과 언론사가 자발적으로 초등학생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금융교육을 앞장서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신용카드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카드와 관련된 부작용이 여러 가지로 야기되고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는 상거래의 투명성, 소득공제 및 조세정의를 구현하는 등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소중한 상거래 도구이다. 신용카드의 부작용을 염려해 규제를 하기보다는 건전한 성장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유종섭(여신금융협회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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