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막바지 단계 FX사업 어떻게

'半백년대계' 감안 손익계산 철저히 >>관련기사 '4조원'. 가장 적게 잡은 FX사업비용이다. 올해 우리나라 국방예산의 4분의 1규모다. 국방예산이 짜고 경직성 경비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FX사업이 본격화할 때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논란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선정 막바지 단계에 들어간 FX의 정치ㆍ경제학의 손익계산서는 어찌 될까. 국가방위에 투입되는 예산은 그 성과를 측정하기 어렵다. 내역도 기밀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투입예산 대비 직간접 파급효과와 지속성 여부는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전투기시장 수급 변화=우선 수급을 따져 보자. 냉전시기 전투기 시장은 공급자 중심시장(Seller's Market). 그러나 소련의 붕괴와 유럽 항공산업의 발달로 수요자 중심시장(Buyer's Market)로 바뀌는 분위기다. 한국의 차기전투기 선정에서 과거에는 미국제끼리 경쟁했으나 이번에는 다국적으로 변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하나 나온다. 시장구도가 수요자 중심으로 변했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이익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이전보다 구입비용이 비싸진 것은 냉전시절 '호의적인 동맹적 공급자 중심시장'에서는 전투기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무상으로 얻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만 이젠 누구도 싸게 주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예산 증가 불가피=문제는 교체해야 할 전투기가 40여대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자료마다 틀리지만 공군의 작전기는 약 500~550여대. 이중 절반 이상이 노후기종이다. 국내 조립 또는 면허생산, 외국서 신품으로 직구매한 기종은 F- 16시리즈 180대(추가생산예정 20대 포함)와 제공호, 영국제 호크고등훈련기, 직도입분 팬텀 등을 합쳐야 절반이 안된다. 여기서 현재와 같은 전투기 보유대수를 유지하려면, 즉 250여대에 달하는 전투기를 바꾸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FX 40대는 그 서막인 셈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효율성의 법칙이 절실한 시점이다. ◇반(半)백년대계 필요=지난 69년 8월 동북아국가들을 경악시키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국이 당시로서는 최신예 전투기인 F-4D팬텀전투기를 한국에 제공한 것. 월남 파병의 보답 성격과 한국이 보유한 F-5를 월남에 주는 대가였다. 정밀폭격장치, 야간비행기기 등 주요장비를 떼내고 받은 것이었지만 한국은 미국에 이어 두번째 팬텀보유국이 됐다. 주변국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북한과 일본, 중국 등의 전투기 보유경쟁을 촉발하는 계기로도 작용했다. 팬텀은 그 때부터 공군의 '하이(high)전력'이라는 위치를 누려왔다. 앞으로 기골보강 사업만 거쳐도 50년 사용까지 가능할 전망이다. 주력전투기 선정이 반(半)백년대계임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업연기의 이해득실=FX사업이 처음 구상된 것은 지난 93년. 당시의 기종은 무조건 F- 15였다. 하지만 지연을 거듭했다. 계획대로 진행됐다면 지금쯤은 F-15가 하늘을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듭된 연기가 결과적으로는 국가예산을 아낄 수 있었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10년 가까운 세월을 낭비한 게 아니라 전투기 교체주기 10년과 막대한 예산을 절약한 결과가 됐다. 국가안보를 생각할 때 무작정 연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사업연기가 거듭된 10년은 앞으로는 50년을 바라보는 기종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하지만 현실은 장고 끝에 악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FX논의 전면 재검토해야=특혜 시비가 일고 있는 F-15가 선정될 경우 30년 운용도 장담할 수 없다. 생산라인 폐쇄 위기를 맞게 된 보잉을 위한 투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대잠수함 초계기인 P-3C 구입과정에서 그랬던 전철도 있다. 미군은 곧 기종은 F-22로 변경할 계획이다. 일본마저 F-15J 200여대를 2012년부터 도태시킬 계획이다. 우리의 실전배치 완료시기와 비슷하다. 프랑스제 라팔도 문제다. 당장 30mm기관포와 포탄, 미카ㆍ매직미사일 등 무장과 부품이 현용 미국제 일색의 공군 무장체계와 호환성을 장담할 수 없다. 부품과 수리부속을 말할 나위도 없다.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수호기 35도 마찬가지다. 유지비와 유지를 위한 시설에 구입비의 배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다는 점이 두고 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미동맹관계 등 정치적 판단에 따라서가 아니라 손익계산을 위해서도 정치적 여건은 고려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여건에서 선택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미국제 무기를 써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는 동시에 반 백년대계에 부합할 수 있도록 예산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감정논리를 배제하고 찾아보면 방법이 없지 않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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