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김정은 후계 공고화-對美·남북관계 교착국면 흔들기" 분석

[北 연평도 도발] ■ 왜 도발했나<br>권력 승계 과정 주민 결속용 카드로 활용 의도인듯<br>금강산 관광 재개요구 등에 응답없자 군사적 압박도

북한이 23일 유례없이 민가에까지 포격을 가하며 전시에 버금가는 안보위기를 조성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우리 영토인 연평도에 포탄을 떨어뜨린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북한이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인데 결국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 김정은 후계체제로의 전환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우리 군이 서해상에서 진행하고 있는 호국훈련에 대해 북측이 항의한 것으로 알려지기는 했으나 이번 해안포 공격이 우발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실제 지난 22일과 이날 오전 서해상에서 진행되는 우리 측 호국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 조평통의 온라인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도 “남조선 군부호전세력의 북침전쟁 연습소동은 온 겨레에게 참혹한 재난을 가져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파멸을 불러올 어리석은 행위”라고 경고했고 이날 연평도 해상에서 우리 측 사격 훈련이 실시되자 이를 빌미로 포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사전에 도발을 예고한 셈이다. 북한이 엄청난 도발을 자행한 배경에는 먼저 북한 내부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포사격 도발을 감행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으로 권력을 승계하는 과정에 있는 북한이 주민 결속용 카드로 군사적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내부 단속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강경한 군사적 대응으로 위기감을 조장해 주민들을 하나로 묶으려는 것”이라면서 “김정은의 리더십이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관계와 대미 관계의 교착국면을 흔들어보려는 의도도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라는 ‘초강수’에도 한미 양국이 종전의 기조를 바꿀 기미를 보이지 않자 군사적 도발이라는 극단적 수단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김태우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우리 정부에 대해 금강산 관광과 6자 회담 재개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자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나선 것”이라면서 “심각한 경제난 등 내부 문제의 다급성이 반영된 도발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도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 해도 우리 정부가 계속 무대응으로 나가자 군사적 위기를 고조시켜 돌파구를 만들려는 속셈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달 들어 북한을 방문한 미국 핵전문가들에게 북측이 누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 2000년의 ‘북미 공동 코뮈니케’ 내용을 주목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 코뮈니케에 담긴 ‘정전협정의 평화체제 전환’과 관련, 한반도의 군사적 불안정성을 부각시킴으로써 평화체제 수립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미국 측에 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제적 쟁점인 북방한계선(NLL)을 건드려야 미국이 따라 들어온다는 것을 북한은 알고 있다”면서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에 이어 미국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일부 강경세력의 과잉충성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분석도 일각에서는 제기했다.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박사는 “북한 권력 내부의 관리 문제일 수 있다”면서 “권력 이양기에는 과잉충성을 하는 세력이 나올 수 있는데 이들이 우리 군의 훈련 상황을 빌미로 도발을 감행했을 가능성도 완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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