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산업안전/「공정안전관리제도」 작년 의무화후 어떻게 달라졌나

◎유화공장 대형사고 공포 ‘이젠 먼 얘기’/LG화학 등 218사 과학적 공정관리 ‘새틀’/폭발­86% 질식­94% 추락­32% 등 감소/생산성·품질향상에도 상당한 기여효과지난 88년부터 국내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중대산업사고는 지난해말까지 모두 1백1건에 달했다. 93년에는 대단위 사업확장으로 무려 32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1백1건의 사고중 운전미숙이 46건(45.7%)으로 가장 많았고 설비결함이 25건(24.7%)으로 그다음 이었다. 설계결함과 공정결함도 각각 18건(17.3%), 7건(7.4%)에 달해 결과적으로 사고 원인은 설비의 노후화 등 설비결함과 운전미숙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유해·위험물질을 다량 취급하고 있는 화학공장은 국내에 줄잡아 3백60여개소가 있고 이중 30여 사업장이 20년 이상, 약 50%에 달하는 1백80개 공장이 10년 이상 가동중에 있다. 지난 89년 럭키 여천공장의 ABS공장 폭발사고는 약 2백46억원의 손실을 입혔다. 90년 (주)유공의 화재사고(손실액 약 1백1억원), 91년 극동정유의 폭발사고(약 3백47억원) 등 화학공장의 대형사고는 끊이질 않았다. 89년 이후 93년까지 해마다 1백억원 이상 규모의 대형사고가 발생했으며 이로 인해 외국의 재보험사들이 보험요율을 상향조정하는 등 재보험 갱신조건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공정안전관리제도(PSM;Processing Safety Management)의 도입이 의무화되면서 대형사고는 현저히 감소했다. (주)유공과 LG화학이 PSM제도를 도입, 실시한 이후 연간 약 20억원의 보험료가 절감됐다고 한다. 유공 울산공장의 김청수 이사는 『정유·화학분야에서 외국인회사에 재보험을 가입하고 있는 건수는 약 22건이며 건당 평균보험가입금액이 6천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PSM제도는 사업장내 공정에 대한 기초자료의 체계화 작업에서부터 공정위험성 평가, 설계 및 공정변경시 관리방침, 비상시 조치계획 등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종합적, 과학적 대책을 수립토록하는 제도다. 궁극적으로는 사업장내 자율안전관리 정착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지난 92년 우리나라에서 국제노동기구의 중대산업사고 예방 국제워크숍이 개최된 이후 PSM의 국내도입이 논의됐고 94년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PSM이 국내 첫 시행됐다. 한국산업안전공단 위험설비안전센타에서 지난해 공정안전보고서를 제출한 2백18개 공장을 대상으로 PSM시행 효과를 분석한 결과 PSM을 전설비의 25%에만 적용했음에도 사망자수가 20%(3명) 감소했다. 또 재해자수는 5%(63명), 4일미만 치료의 상해자수는 8.8%(2백4명), 그리고 「앗차」사고는 무려 82.3%(8천1백70건)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형태별로는 폭발은 85.7%, 위험물 누출은 52.9%, 질식은 93.5%, 추락은 31.6%가 각각 감소하는 효과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PSM시행 사업장의 재해감소율이 전 제조업종의 재해감소율(사망 3.1% 증가, 재해자수 3.3%감소)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어 그만큼 PSM제도의 도입시행이 재해감소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입증됐다. 특히 기술측면에서 응답자의 91.3%인 2백3개소에서 PSM제도의 시행이 각사업장에서 종합안전관리 기반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응답했다. 또 전체의 96.3%인 2백10개소가 PSM의 시행이 품질향상에 크게 기여했으며 98.2%인 2백14개소가 생산성향상에도 기여했다고 응답해, PSM이 품질 및 생상성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PSM제도는 전체 공정의 설계, 운전, 경영의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PSM의 도입은 비단 안전관리 뿐만 아니라 생산성향상과 품질향상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PSM기법의 도입 시행으로 석유화학분야에 HAZOP 등 선진 위험성평가 기법이 보급되면서 기존의 외형진단이 아닌 일정한 평가의 틀과 규칙에 의해 평가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방식이 사업장에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위험설비안전센타 강순중 소장은 『PSM은 국내 안전관리 전반에 걸쳐 공정안전관리라는 기법을 국내에 처음으로 보급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국내 안전수준을 한단계 높이게 한 핵심은 공정자료의 체계화, 위험성 평가, 변경관리, 비상조치계획』이라고 강조한다. PSM의 또다른 기여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에서 취약분야 중의 하나인 공정도면 등 자료의 체계화를 꼽을 수 있다. 실제 시공후의 시설이 설계도면과 다르고 설사 같더라도 시공후 10년이 넘는 시설이 대부분임에도 공정변경이 실측에 반영이 안돼 화학공장에서의 기술적 위험관리를 방해하는 주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사업장내 기술이나 위험의 전체적인 파악은 도면을 통해서만 가능함에도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도면이 공장의 실체를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PSM이 보급되면서 사업장 담당자들은 품질 및 환경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관리시스템으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은 공정관련 전문기술인력의 양성, 보험제도와의 연관성 확보, 정량적 위험성평가 보완 등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강소장은 『안전은 곧 기술이라는 과학적 공정안전관리기법을 통해 기술·생산·정비·운전·안전부서 모두가 참여하는 사업장의 자율안전관리의 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최영규 기자> ◎재해예방 파수꾼/여천지도원 최재수 원장수/인근공단 전직원투입 수시로 정밀안전점검/지역주민들과 손잡고 산재감소 확산운동도 한국산업안전공단 여천지도원은 산업현장의 재해예방을 근거리에서 지원하는 야전사령부다. 화재·폭발·가스누출 등 대형사고 발생 우려가 높은 여천석유화학단지를 비롯, 광양제철 및 연관단지의 재해예방을 위해 지난해 2월 개원한 이래 수준 높은 안전관리서비스로 지역 재해감소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지난해 이 지역의 재해율은 0.70%로 전국의 평균 재해율 0.87%에 비해 0.17%포인트나 낮았으며 특히 올들어 10월말 현재 사망사고자도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44%나 감소시켰다. 여천지도원 최재수원장(50)은 『석유화학과 철강단지 등 중대재해의 발생 가능성이 많은 곳으로 장치산업과 대형 건설현장에 대한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최원장은 『여천단지내 30여개의 석유화학공장에는 공정안전관리제도(PSM)를 도입하면서 재해가 크게 감소하고 있고 특히 생산성도 높아지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한다. 건설현장의 안전관리와 관련, 최원장은 『위험건설현장 1백10개소를 선정, 지도원의 전 기술직원을 수시로 현장에 투입, 정밀안전점검 등 집중 관리하고 있다』며 『재해자의 15%가 중복재해자 임을 감안, 중복재해예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다. 여천지도원은 또 안전문화 확산을 위해 지역사회의 여러기관과 공동체적인 안전문화 확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노사정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분위기를 정착시켜 나가기 위해 지역실정에 맞는 안전문화추진사업을 개발, 적극 시행해 오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최근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의 3여 통합에 의한 기간산업 확충에 따라 재해예방의지를 다지고 산재감소 1백일 집중계획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지역내 기관장 등 2백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안전문화 정착 및 무재해 산악행군」을 실시하기도 했다. 『앞으로 기술부서의 인력을 증원, 명실상부한 재해예방기관으로서 안전·보건·건설 등 분야별 전문성을 높이는 등 완벽한 재해예방 서비스체제를 갖출 계획입니다』 최원장은 『최상의 기술서비스를 위해 상설교육장을 비롯, 첨단장비의 실험실 및 연구실을 갖춘 자체 청사가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아니라 자산』이라고 강조하는 최원장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오늘도 현장을 누비고 있다.<여천=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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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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