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강달러, 신흥국 금융위기 촉발할 수도"

BIS 분기보고서 지적

신흥국 외화표시채 75%가 달러화… 中은 달러화부채 2년새 2배 늘어

연준 금리인상땐 신용경색 우려… 전세계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달러화 강세 장기화가 달러 채권이 많은 신흥국 정부와 기업의 잠재적 부담을 늘려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국제결제은행(BIS)은 7일(현지시간)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서 "달러화 강세가 달러화 부채를 많이 보유한 신흥국 일부 기업들의 신용도에 악영향을 미쳐 신흥국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에 취약해지고 있다는 징조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12조3,000억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시장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6개국 통화 대비 달러 인덱스는 지난 6월 이후 12% 올라 8일 현재 장중 한때 89.35로 2006년 4월 이후 약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달러화 해외대출 규모는 10여년간 9조달러를 넘어섰다. 신흥국들의 경우 발행한 외화표시채권 2조6,000억달러 중 75%가 달러표시 채권이다. 신흥국으로 유입된 글로벌 은행들의 국가 간 여신은 올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1.2% 늘어난 3조1,000억달러이며 이 역시 대부분 달러화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부채는 거의 신흥국 정부가 아닌 기업들이 최근 몇 년간 발생시킨 것이라는 게 BIS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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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사적으로 1980년대 남미, 1990년대 중후반 아시아와 러시아 외환위기 사례에서 보듯이 달러화 강세는 신흥국에 위기의 전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클라우디오 보리오 BIS 통화경제국장은 "달러 강세 장기화는 특히 신흥국의 차입부담을 늘린다"고 경고했다. BIS 당국자들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실시될 경우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들의 차입비용 증가와 달러화 추가 상승에 따른 신용경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주요 신흥국별로 살펴보면 중국 은행 및 기업에 대출된 달러화 부채는 올 상반기 기준 1조1,000억달러로 최근 2년간 두 배나 늘었다. 브라질과 멕시코에 실시된 국가 간 달러화 대출 규모는 각각 4,560억달러와 3,810억달러에 이른다. 7,150억달러 규모인 러시아의 대외부채도 상당수가 달러표시 채권으로 알려졌다. BIS는 특히 중국의 경우 부채들이 대부분 기업 간 거래로 위장돼 있다면서 금융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늘어난 달러 부채를 둘러싼 가장 큰 고민거리는 상당수가 통제범위를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미국 이외 국가의 달러화 부채 9조달러 중 미국 규제당국의 범위를 벗어나는 부채가 7조달러에 달한다고 전했다. 신현송 BI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채무자도 채권자도 미국 국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수조달러에 이르는 부채를 최종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뜻으로 만에 하나 이들 부채에 문제가 생길 경우 연쇄반응으로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보유외환을 쓴 사실을 지적했다.

한편 보고서는 8월 초와 10월 중순 금융시장이 흔들렸던 데 대해 "시장이 갈수록 작은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보리오 국장도 "시장이 중앙은행의 정책에 과다하게 의존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이 때문에 시장이 중앙은행 정책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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