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경림 외환은행장

김경림 외환은행장 "소매금융은행과 지주社 통합 검토" 대담=김준수 정경부장 jskim@sed.co.kr "외환은행의 장래는 밝습니다. 연내 증자를 완료하고 내년초에 외환카드를 매각하면 확실한 독자생존 기반을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이후 소매금융이 강한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한다는 기본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현대측은 시장이 믿을 수 있도록 확실한 자구안을 내놓고 실행에 옮겨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연말쯤 확대 채권단회의를 다시 열어 현대건설의 여신만기 추가연장 및 신규지원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지난 5월 부산은행장에서 외환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시작된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와의 씨름'을 6개월째 계속하고 있는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현대건설 자구안이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는 데도 생각보다 훨씬 담담하고 차분했다. "현대건설은 자구계획대로 된다면 충분히 회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설사 현대건설이 어떻게 되더라도 외환은행이 입는 타격은 별로 크지 않습니다." 김 행장의 설명을 들어보니 현대건설의 진로는 빨간불에서 노란불로 바뀌고, 외환은행의 진로는 노란불에서 파란불로 변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은행장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애연가인 김 행장은 이날도 연신 줄담배를 피워대며 때론 단호하게, 때론 고객과 시장에 호소하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 현대건설 유동성위기 문제인데, 주채권은행장으로서 현대사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현대건설 유동성 문제는 올 초 현대계열 경영권 분쟁과 현대투신 정상화 문제 등으로 현대계열이 시장의 신뢰를 상실, 대출금 만기연장 및 회사채 차환발행이 어려워 지면서 생겨났습니다. 우리 은행은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이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자구계획을 요구했고, 자구이행이 미진하면 강도높은 추가ㆍ보강계획을 또다시 요구했습니다. 현대측이 자구를 성실히 이행하면 채권금융기관은 기존 차입금의 롤오버(만기연장)를 통해 회사의 회생을 도모하되, 자구부진으로 유동성 부족사태가 재발하면 일체의 신규자금 지원없이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현대건설의 추가 자구안이 만족스러울 경우 앞으로 신규자금 지원을 해줄 수도 있습니까. ▲기본적으로 자구가 충실히 이행이 되면 신규자금 지원은 필요없다고 봅니다. 다만 현대건설이 일시적으로 미스매칭(자금 조달과 운용의 기간상 차질등)이 있을 수는 있어요. 사실은 그것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왜냐하면 일시적으로 1~2일 자금을 지원한다면 시장이 또다시 안 믿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일단 연말까지는 신규지원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경우 한편으로는 확실히 산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앞으로 그야말로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얘기인데 2금융권의 협조가 계속되리하는 보장도 없고. ▲사실 그 문제도 걱정입니다. 내달쯤 가서 적정 차입금 규모, 수주 및 자구실적, 원가율 및 영업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살아 남는 다는 확신이 있으면 지원해 주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객관적인 자료와 전망 등을 통해 채권단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시장의 불신입니다. 남은 한달 간 현대측이 얼마나 신뢰도를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봐요 -김 행장께서 말씀하신대로 지금은 '시장의 투명성'이 가장 큰 관건입니다. 현재는 마치 채권단의 '결단'이 투명성인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데, 내년에 금융기관이 또 협조 안하면 다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현대가 신뢰를 회복하게 되면 연말에 가서 자구 및 영업실적등을 토대로 채권단 회의를 열어 만기여신의 재연장 및 신규지원 여부 등을 논의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채권기관이 스스로 판단해서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를 현대측이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갚을 수 있는 수준, 다시 말해 연말에 차입금을 일부 내입하고 여유자금까지 생기면 채권단도 달라질 것으로 봅니다. 어차피 시간보다는 신뢰와의 싸움입니다. -일부 출자전환을 한다든지 하는 계획은 없습니까. ▲자구내용이 좋으면 출자전환을 하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미리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출자전환은 현대의 자구를 압박하기 위한 강력한 수단이었을 뿐 입니다. 수주실적이 좋고 이익이 충분히 난다면 가급적 출자전환은 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쟀든 금융권 이기주의가 앞으로도 문제 아닙니까. 또 일부에서는 현대건설 살리기가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데. ▲대우그룹 사태를 계기로 '대마불사'가 깨졌다는 좋은 교훈을 얻었지만, 그것을 무조건 '악몽'으로만 생각하고 구분을 못하는 부작용도 생겼습니다. 현대가 대우그룹의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현대와 대우는 전혀 다른 상황입니다. 대우는 이익 나는 계열사도 없었고 상호지보로 얽혀있었지만 현대는 그렇지 않아요. 계열사간 '화이어 월(방화벽)'이 형성되어 있어 건설이 무너져도 심리적 충격 말고 재무관계로는 별 타격이 없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들이 현대그룹 전체를 놓고 떠들고 있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 은행의 독자생존 또는 대북사업과, 현대건설 살리기는 별개의 문제 입니다. -이제 은행얘기를 해 보죠. 코메르츠로부터 2,100억원의 추가 출자를 이끌어 냈는데, 그 배경부터 좀 설명해 주시지요. ▲코메르츠는 그동안 외환은행 경영에 직접 참여하면서 한국 금융시장의 여건과 현 경영상황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은행의 경영개선계획을 충분히 검토 한 후 연간 9,000억~1조원에 달하는 업무이익 기반과 외국환 및 국제금융, 기업금융등의 경쟁력을 고려할 때 정상화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해 추가출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환은행이 기존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앞으로 발생할 지도 모르는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코메르츠와 정부의 6,100억원 증자만으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지난 6월말 현재 고정이하 여신은 5조7,000억원이지만 이미 42%에 해당하는 2조4,000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습니다. 앞으로도 대부분의 부실채권을 매입 또는 상각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며 이에 따른 추가손실 예상액은 약 1조6,000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손실규모는 대주주의 추가출자 6,100억원과 내년 상반기 중 각 3,000억원의 유상증자 및 후순위채권 발행, 외환카드사 등 자회사 매각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습니다. 거기다 연말까지 '현대귀신(현대사태로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듯)'까지 떨어져 나가면 한결 부담이 가벼워 질 걸로 봅니다. -외환카드 지분매각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좀더 자세히 설명한다면. ▲외환카드는 우리로서는 정말 '알토란' 같은 사업입니다. 지난 6~7월부터 매각준비에 들어가 현재 외국 인수ㆍ합병(M&A) 전문업체에 의뢰, 투자가를 물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분(51%)을 다 팔면 최소 1조원 이상은 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달 중 매수의사를 표시한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1차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다음달 중 실사를 거쳐 내년 1월 중 최종 매수자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현재 10여개의 국내외 기관들이 공식적으로 매수의사를 표시했지만 그 명단은 비밀협약상 발표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독자생존의 길로 접어들긴 했지만 무작정 홀로서기만 고집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향후 금융구조조정에 어떻게 대비해 나갈 계획인지. ▲이제 막 독자생존의 기반을 확립했을 뿐, 독야청청 홀로 살아나가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거기다 다른 은행들의 움직임도 변수가 될 테니 잘 지켜봐야 하고.. 현재 우리은행은 외환, 국제금융, 기업금융에 큰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또 비교적 영업기반도 좋고 코메르츠가 크레딧리스크(신용위험) 관리도 잘 하고 있어요. 때문에 앞으로는 소매금융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1차적으로는 소매금융에 강한 우량은행과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한 뒤 그 작업이 잘 진행되면 2차로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엮어볼 까 생각 중입니다. -그렇다면 합병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닙니까. ▲합병은 시너지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합병문화'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직접적인 은행간 합병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고 있어요. 현재로선 금융지주회사 스킴(방식)이 좋다고 봅니다. 기업문화가 틀린 곳끼리 합칠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고 합병은 마지막에 가서 최종적으로 생각할 문제입니다. /정리=이진우기자 rain@sed.co.kr 사진=김동호기자입력시간 2000/11/19 19:5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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