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시 둔화조짐에 "가능성 크다"뉴욕증시가 극도로 불안하게 움직이고 미국경제가 다시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금리인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은행간 단기금리(콜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1.75%로 미국 역사상 40년 만에 최저 수준인데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더 내릴 여지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달 들어 연속적인 주가폭락으로 금융시스템 위기가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에서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급상승하고 있다.
지난 24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금리인하를 위해 간부를 비상 소집했다는 루머가 뉴욕 월가를 휩쓸며 다우존스지수가 488포인트 폭등하는 데 일조했다.
또 9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뉴욕에서 기업부정 척결대책을 발표한 후 다우존스지수가 장중 한때 440포인트 내려가자 FRB가 대통령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자금을 풀었다는 루머가 돌며 마감 직전에 300포인트 상승했다.
24일 시카고 선물옵션시장에서는 FRB가 몇 달 내에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을 80%로 보고 이자율 선물이 거래됐다.
주가하락으로 25일 현재 10년 만기 미국 국채(TB) 수익률은 4.37%로 지난해 11월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고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금리가 하락하는 등 실제금리도 내려가고 있다.
최근 월가에 금리인하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은 ▲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급격히 하락, 일본식 디플레이션에 근접하고 ▲ 최근의 주가하락으로 대출시장, 이자율 스와프시장 등이 크게 동요하며 시스템 위기의 조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투자적격 등급 회사의 채권 가산금리는 1.5%에서 2.2%로 급등했고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사이의 이자율 스와프시장에서 가산금리가 0.54%에서 0.59%로 확대됐다.
게다가 최근 경제지표는 미국경제가 둔화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6월 내구재 주문량은 전월 대비 3.8% 감소했고 기존주택 거래도 전월 대비 11.7% 감소했다. 미국경제를 지탱해온 소비와 부동산시장도 이제 인내의 한계점에 와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금융시스템 위기가 98년 10월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경영위기 때보다 덜 심각하기 때문에 FRB가 얼마 남아 있지 않은 실탄을 소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그린스펀 의장도 최근 의회에서 "주가하락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경제의 기초여건은 단단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가가 더 폭락할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로렌스 마이어 전 FRB 이사는 "주가하락으로 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무언가 행동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직은 그 단계가 아니지만 2~3주 동안 주가가 더 하락할 경우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김인영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