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상설특검에 거는 기대

위철환 대한변호사협회장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는 애니메이션이라 꼭 한 번 보라는 권유로 지난주 말 '겨울왕국'을 봤다. 아름다운 장면과 탄탄한 스토리, 탁월한 노래 그리고 양념격인 조연들의 등장에 한눈팔 틈이 없었다. 한 달도 되지 않아 벌써 관객수 800만명을 돌파했다니 인기가 대단하다. 심장 깊숙이 박힌 얼음을 녹이는 트루러브, 즉 진정한 사랑이 더욱 빛나는 것 같았다.

그 '겨울'의 감동을 뒤로하고 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함께 소치 올림픽을 보고 있자니 모든 것을 차갑게 얼려버리고 하얀 눈으로 덮어버리는 동장군의 위력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 특유의 불굴의 의지가 다시금 커다랗게 다가왔다. 지난 4년간 기량을 갈고닦은 선수들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는 모습이 멋졌다. 2018년에는 우리나라 평창에서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다. 비록 일상은 모노톤의 무채색으로 그려지고 진실과 거짓이 뒤섞인 회색 지대가 대부분이지만 한계에 도전하는 인간의 순수한 의지를 볼 때면 살맛이 난다.


그러나 벅찬 감동도 잠시, 현실 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마음 한편이 답답하고 무거운 것이 사실이다. 지난 한 해만 해도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으나 그 의혹이 제대로 풀리지 않았고 검찰의 중립성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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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퍼붓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낯 뜨거운 모습에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고 결국 국회의 상설특검 도입논의가 다시 불거지기도 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별도의 태스크포스팀을 마련해 상설특검 도입과 관련한 법률적 쟁점들을 연구해왔고 지난 2월5일에는 이를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과거 11차례 임시특검을 실시했으나 그 결과가 만족스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근거 규정을 정해 두고 일정절차를 거쳐 수사를 개시하는 상설특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게 됐다.

별도의 기구와 조직·인력을 갖춘 특검사무소를 상설로 운영하는 '기구특검'으로는 제2의 검찰이 돼 자칫 '옥상옥'에 그칠 수 있으므로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특검을 새로이 임명하는 '제도특검'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특검 임명과 수사착수를 위해서 사무처의 상설화가 보다 효율적이라고 본다. 특별검사는 사안마다 추천위원회를 통해 변호사 중에서 임명하고 과거 임시특검을 임명할 때처럼 대한변협의 추천을 받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아울러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 범위에는 당연히 국회의원도 포함해야 한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한다'고 했다. 상설특검 제도도입으로 변화된 검찰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 운영은 결국 사람의 손에 달린 것이니 운영의 묘를 살리는 지혜야말로 진정한 검찰개혁의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과 원칙에 따라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날카로운 수사로 국민적 의혹을 속시원히 해소해줄 수 있는 특검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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