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종진 포항제철사장(한국 경제를 움직이는 전문경영인)

◎품질최고 일념 “현장제일경영”/세계최고 광양제철건립 시종 진두지휘/가동률 극대화·고장률 최소화 동시달성/창립 원년 멤버… 호방한 성격 직원들 큰형님처럼 따라세계 철강업계에서 포항제철은 「이상한 기업」이다. 지난 68년 자본과 기술, 인력 등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서 일어나 30년도 채 안돼 세계가 부러워하는 일류기업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포철이 출범할 당시, 이 회사가 성공하리라고 믿었던 외국기업은 하나도 없다. 짧은 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 신화로 일컬어지는 포철의 성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김종진 사장이다. 김사장은 「정통파 대장간 사람」이다. 경남 거창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금속공학과)로 이어진 엘리트 코스를 밟아 지난 68년 포철에 입사한 뒤 줄곧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포철 설립 원년 멤버로 그동안 열연 1부장, 포철 부소장, 광양제철소장을 거쳐 94년 3월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그는 세계가 공인하는 「포철 신화」 1세대의 주역이다. 김사장은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 있지를 못하는 사람이다. 사장이 된 후에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헬기로 포항을 찾는다. 포항에서 광양으로, 광양에서 서울로 다니며 직원들을 만나고 설비를 둘러본다. 젊었을 때 손에 익었던 설비를 만질 때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가슴이 훈훈해진다고 말한다. 만능 스포츠맨인 그는 짬만 나면 테니스를 치고 조깅을 한다. 명산을 찾아 등산도 다닌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단거리 육상선수로 활약하기도 했다. 체력관리를 잘해온 덕분에 잦은 국내외 출장에도 끄덕이 없다. 김사장은 제품의 품질과 가격경쟁력 등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는데 선봉에 섰다. 조업초기 압연건설부장과 열연부장을 역임하면서 하루 16∼17시간씩 설비 곁에 눌러붙어 있었던 것은 유명하다. 원하는 수준의 제품이 나오지 않을 경우 끼니도 잊어가며 매달린 근성의 사나이다. 『일본 철강업체들의 견제를 이겨내는 것이 힘들었다. 포철이 10년도 안돼 동남아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하니까 일본기업들이 포철을 따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 철강업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기술을 조금 주었는데 동남아는 물론 자국시장도 일부를 내주어야 했으니까.』 김사장은 지난 80년대 초 2열연공장을 가동, 철강제품을 수출하기 시작했을 때를 이같이 회고한다. 김사장은 생산규모나 설비에서 세계1위이자, 21세기형 최신 제철소로 불리는 광양제철소 건설을 총지휘한 사람이다. 전문경영인으로서, 엔지니어로서의 그의 자질은 광양제철소 건설을 통해 유감없이 발휘됐다. 그는 지난 81년 광양제철소 건설계획이 추진될 때부터 제품이 쏟아져 나오기까지 전과정에서 사령탑을 맡았다. 포철의 급속성장을 경계해 일본이 설비공급을 기피하는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그는 광양 4기 건설공기를 무려 2백53일가량 단축, 1천억원의 경영이익을 회사에 안겨주었으며 가동률 극대화와 고장율 최소화를 동시에 달성,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고의 제철소로 만들어냈다. 그는 『영일만과 광양만의 거친 모래바람을 마다않고 제철립국의 소명 하나로 건설과 조업현장에서 묵묵히 일해온 선배, 동료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포철은 결코 없었을 것』이라며 모든 공을 직원들에게 돌린다. 다부진 체격 때문인지 김사장의 별명은 「큰형님」이다. 호방한 성격에 친화력이 뛰어나고 보스기질이 강해 직원들이 이렇게 부른다. 김사장은 사내에서 실시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이야기하고 싶은 직장선배」라는 평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회사가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장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 개개인이 의식수준과 숙련도 등에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야 세계제일의 기업이 될 수 있다.』 평소 직원들을 만날 때면 그는 이같은 현장제일주의 경영론을 편다.<한상복 기자> □약력 ▲40년 11월11일 경남 거창출생 ▲58년 경기고 졸업, 64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68년 포철입사, 85년 광양제철소장, 89년 포철부사장 ▲94년 포철사장 ▲한미경제협의회 부회장,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회장(94∼현재) 한일경제협회 부회장(95∼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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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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